지난 20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가짜 경찰’ 논란이 빠르게 확산했다. 한 경찰이 신분을 위조한 사실이 증명됐다는 소식이 일파만파 퍼졌다. 당시 헌법재판소 앞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한 경찰에게 소속과 이름을 끈질기게 물었고, 해당 경찰이 강원경찰청 기동대 소속 ‘김○○’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자 일부 시위대는 곧장 강원청 기동대에 전화해 “거기 김○○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한 경찰이 “네, 제가 김○○입니다”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이 담긴 영상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신분을 속인 가짜 경찰들이 집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서는 강원청에 동명이인 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강원청에 확인해보니 해당 기동대에 김○○이라는 이름을 가진 경찰은 1명뿐이었다. 강원청 관계자는 30일 “당시 기동대 행정반에 ‘김○○이라는 경찰이 있는 게 맞느냐’는 전화가 실제 다수 걸려왔고, 이에 김○○이 현재 헌재 앞에서 파견 근무 중이라는 답변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영상에 대해서도 “시위대가 누구와 통화를 하고, 녹음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것은 기동대 직원 누구도 그런 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가짜 경찰 논란은 온라인상에서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있다. 가짜 경찰들이 사실은 중국 국적의 경찰이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신원을 도용하고 있다는 주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인 경찰 채용 경로의 유력한 근거로 ‘통역요원 선발 제도’나 ‘경찰대학 치안대학원 외국인 유학생 특별전형’, 지난해 경찰청이 중국과 맺은 ‘경찰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드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청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최근 일주일간 “중국인 용역 경찰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라”는 글이 1000건 넘게 올라왔다.
경찰은 의혹 제기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외국인은 경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법은 대한민국 국적이 없는 사람은 경찰관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 만약 일반인이 경찰로 위장할 경우에는 공무원 자격 사칭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역요원은 경찰이 아니고, 피의자나 피해자가 외국인일 때 수사관과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전문가들”이라며 “유학생 특별전형이나 MOU를 통해 외국인이 경찰로 위장해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허무맹랑한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현장의 경찰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막무가내로 “중국 공안 경찰은 물러나라”고 말하거나 “시진핑을 욕해보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한 경찰관은 “현장 경찰은 ‘공안 경찰이냐’면서 신분증 제시나 관등성명을 대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며 유튜버들에게 실시간 촬영을 당하는 등 괴로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