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치 이상 이산화탄소 쏟아낸 산불

입력 2025-03-30 18:45
지난 28일 경북 의성군 산림이 산불에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빛내림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산림청은 이날 일주일간 이어진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 완료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올해 3개월간 전국에서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난해 1년간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의 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산불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기후변화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악순환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29일까지 한국에서 산불로 234만5182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133만5848t)의 약 1.8배 수준이다. 지난 21일부터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장을 지낸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하는 나무가 산불로 없어지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까지 방출돼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다”며 “(이로 인한)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가 다시 산불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과 낮아진 습도가 산불 규모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지역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난 21~27일 전국 평균기온·습도는 약 14.2도와 54.7%로 나타났다. 이는 1996~2025년 같은 기간 평균기온·습도(6.4도·57.7%)보다 각각 7.8도 높고 3.0% 포인트 낮은 수치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