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개월간 전국에서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지난해 1년간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의 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산불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고, 기후변화로 산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는 악순환이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 29일까지 한국에서 산불로 234만5182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133만5848t)의 약 1.8배 수준이다. 지난 21일부터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기상청장을 지낸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하는 나무가 산불로 없어지고,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까지 방출돼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진다”며 “(이로 인한) 기온 상승 등 기후변화가 다시 산불을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높아진 기온과 낮아진 습도가 산불 규모를 키운 것으로 해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경북 지역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지난 21~27일 전국 평균기온·습도는 약 14.2도와 54.7%로 나타났다. 이는 1996~2025년 같은 기간 평균기온·습도(6.4도·57.7%)보다 각각 7.8도 높고 3.0% 포인트 낮은 수치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