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 방침을 30일 밝혔다. 추경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산불 피해 복구와 트럼프 통상 리스크 대응 등을 타깃으로 하는 필수 추경 편성 방침을 먼저 밝힌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주재하며 “시급한 현안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필수 추경의 3대 분야로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을 꼽았다. 여야 간 이견이 적은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경 편성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일상 복귀,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 등을 최우선으로 추경을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수출 기업에 무역 금융 및 수출 바우처를 추가 공급하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기술경쟁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완화 방안 마련과 내수 진작 사업 발굴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통해 ‘추경 가이드라인’이 확정돼야 추경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 등 국가적 위기 사태를 계기로 ‘선제적 추진’으로 방향을 바꿨다. 다만 이날 회의에선 10조원 필수 추경의 세부 내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정협의체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산불 피해 복구 등의 절박성을 고려해 여야가 공감하는 필수 분야로 한정해서 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필수 추경이 4월 중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여야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는 “산불 피해 극복과 민생, 대외 현안의 시급성을 감안하면 필수 추경은 무엇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회 심사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 사업이나 추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의 증액이 추진된다면 국회 심사가 무기한 연장되고 추경은 제대로 된 효과를 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필수 추경의 취지에 동의한다면 정부도 조속히 관계부처 협의 등을 진행해 추경안을 편성하고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며 “4월 중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