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아펜젤러처럼… 연합의 길을 되새기다

입력 2025-03-31 05:03 수정 2025-03-31 06:33
이상학 새문안교회 목사가 30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선교 140주년 연합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와 정동제일교회(천영태 목사)가 선교 140주년을 맞아 초기 내한 선교사들이 추구한 ‘하나의 한국교회’를 이뤄갈 것을 다짐했다. 양 교회는 30일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한국에서 꿈꾼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장로교와 감리교 산하 교회가 연합해서 개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북장로회와 북감리회는 조선 선교를 위해 각각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를 파송했고 두 선교사는 1885년 조선 제물포에 함께 발을 내디뎠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새문안교회를, 아펜젤러 선교사는 정동제일교회를 세웠다. 이를 기념해 양 교회가 함께 이번 심포지엄을 준비했다.

이날 양 교회 담임목사는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본 두 선교사의 삶을 짚었다. 감리교 목회자인 천영태 목사가 장로교의 언더우드 선교사를 소개했고 장로교 이상학 목사가 감리교의 아펜젤러 선교사에 대해 강의했다. 두 선교사가 오랜 시간 동역하며 조선 복음화를 위해 애썼던 것을 높이 평가했다.

천 목사는 “언더우드 선교사가 조선에서 협력의 정신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파송받기 전 로마 가톨릭 학교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고 미국 이민 후 그로브 화란개혁교회를 출석했으며 신학교 시절에는 구세군과 함께 전도활동을 하는 등 다양한 교파를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결과 언더우드 선교사는 아펜젤러 선교사와 함께 제중원에서 두 교단 연합으로 예배를 드렸고 외국인 연합교회를 세웠다. 또 성경을 번역하는 일, 성찬식, 세례 집례, 외국인 묘지 운영 등에서 협의했다”며 “교파 없이 단일교회를 꿈꾼 두 선교사의 자세는 선교 초기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두 선교사의 연합에는 조선을 특별히 사랑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는 “두 선교사 모두 조선이 아닌 다른 나라 선교를 꿈꾸다가 하나님의 강력한 부르심에 의해 조선에 왔고 조선에 도착하기 전인 1883년 전국신학교연맹 선교집회에서 만나 교제했던 경험이 있다”면서 “두 선교사 사이 공통점과 유사성은 하나님의 섬세하신 포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이 둘의 동역은 한국교회 전통인 에큐메니컬 사역의 근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덧붙여 “작은 교리 차이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분열하며 개교회주의와 교권주의에 함몰돼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지상명령을 망각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두 선교사의 선교 정신을 따라 연합하고 단결해 하나 되는 본래의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희국(장신대 명예) 오영교(연세대) 교수는 두 선교사가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임 교수는 “언더우드 선교사는 ‘영한자전’과 ‘한영자전’을 만들어 우리나라 언문일치에 업적을 세웠다”고 전했으며 오 교수는 “두 선교사는 의료와 교육을 통해 선교의 문을 여는 데 공헌했다”고 설명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