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영남권 산불현장 재건·치유 사역 본격화

입력 2025-03-31 05:02 수정 2025-04-01 11:53
최병진 빛과소금교회 목사가 지난 27일 경북 영덕의 불에 탄 교회 앞에서 망연자실 앉아 있다. 최 목사 옆으로 자녀가 타던 자전거의 틀만 남은 모습이 보인다. 한국해비타트 제공

영남 지역을 강타한 대형 화재로 이재민들이 보금자리를 잃고 망연자실한 가운데 한국교회가 발 빠르게 현장을 찾아 구호활동을 펼치며 아픔을 나누고 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 12:15)는 말씀처럼 상처 입은 지역사회의 치유와 재건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을 비롯해 영덕 청송 영양 등으로 번지면서 사상자와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대표회장 김종혁 목사)은 즉각 산불 피해 주민 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교총 긴급구호대책 대표 겸 공동대표회장인 이욥 목사 등이 지난 28일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의성을 찾았다.

이날 기자가 함께 방문한 의성 일대는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인근 산등성이에는 타다 만 나무로 인해 군데군데 검게 그을렸고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은 듯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이 많았다. 하늘엔 물을 실어 나르는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했다.

이 목사는 김주수 의성군수와 만난 자리에서 “전소된 피해 교회를 돌아봤는데 굉장히 참담했다. 한국교회가 복구와 지원에 힘을 모으겠다”고 위로를 건넸다.

삽시간에 퍼진 불길로 사택과 교회 등이 전소된 사연이 쏟아졌다. 안동에 있던 축사가 전소된 김영희 임하교회 권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식같이 생각하며 기른 소 일곱 마리가 모두 불에 타 죽었다”며 울먹였다. 그는 “집을 나서려는 순간 안개가 자욱해 서둘러 축사에 가니 이미 불에 타고 있었고 삽시간에 전소됐다”고 전했다.

불에 탄 안동 임하교회 사택. 임하교회 제공

김씨가 출석하는 임하교회(남두섭 목사)도 사택과 교회 부속건물이 전소됐다. 남두섭 목사는 “하늘이 새까매지면서 바람이 막 불더니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마구 날아왔다”며 “집에도 불이 붙어 서둘러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며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한교총은 이날 의성군과 의성군기독교연합회에 긴급구호금을 전달했다. 향후 전 회원 교단과 함께 모금활동을 벌이며 재정 지원뿐 아니라 봉사활동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국교회총연합 임원진이 의성군청으로부터 피해 상황을 듣는 모습.

안동 지역에서는 실제적인 구호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동기독교총연합회장을 지낸 김형탁 동산교회 목사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재민들이 각 체육관과 학교에서 대피 생활을 하고 있는데 급하게 몸만 빠져나왔기 때문에 모든 물품이 부족하다”며 “필요 물품을 모아 수일 내로 현장을 찾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지난 28일 대한적십자사에 10억원의 긴급구호헌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영훈 목사는 “작은 정성이지만 실질적인 회복과 소망을 나누는 통로가 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한국해비타트(이사장 윤형주)는 미자립교회 주거지원 사업 ‘선한목수 프로젝트’ 긴급 모금을 통해 경북 영덕군 빛과소금교회(최병진 목사)를 돕기로 30일 결정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소속 빛과소금교회는 최병진 목사가 14년간 지켜온 작은 공동체로, 지난 26일 교회이자 사택인 공간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해비타트는 빛과소금교회 외에도 피해를 입은 경북 지역의 10가구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회장 최창남)은 뮤지컬 배우 홍지민 양준모, 가수 박지헌 등의 홍보대사가 산불 피해 지역 및 이재민을 돕기 위한 성금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백종석 안동제일교회 목사는 “안동 외곽인 길안면·임하면·남선면 일대에 거주하는 성도들의 주택과 사업장이 전소됐다”며 “고운사 인근 마을을 중심으로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백 목사는 “기감 소속 목회자들이 성도들과 자발적으로 헌금을 모으고 있으며 동문회별로도 후원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동·의성=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김아영 singforyou@kmib.co.kr 손동준 신은정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