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이 8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 올랐다. 상대 KB손해보험이 자랑하는 ‘경민불패’ 신화를 다시 깨트리면서 6번째 챔프전 우승컵을 향해 전진했다.
대한항공은 30일 경기도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KB손해보험과 3차전에서 3대 0(25-20, 25-20, 28-26)으로 이겼다.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렸으나 이어진 경기를 연달아 잡아내며 시리즈 2승 1패로 역전승을 이뤘다. 역대 남자부 PO 1차전에서 패배한 팀이 챔프전으로 향한 확률은 10.6%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은 이제 내달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챔프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겨룬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챔프전은 이미 명확히 전술을 짜놨다”며 현대캐피탈을 향해 “우리가 왔다. 싸울 준비가 됐다”고 선전포고를 남겼다.
단기전에 강한 대한항공의 ‘봄배구 DNA’가 다시 살아났다. 2017-2018시즌 삼성화재와 PO에서 이뤄낸 대역전극을 다시 썼다. 또 2016-2017시즌부터 8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료됐던 2019-2020시즌엔 봄배구가 열리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1세트 팀 공격성공률 71.4%를 기록하며 경기 초반부터 KB손해보험을 압도했다. 새 외국인 선수 러셀(22점)을 필두로 김민재(11점), 정지석(10점), 정한용(9점) 등 선수들의 컨디션이 어느 때보다 좋았다. 세터 유광우의 조율 아래 공격수 전원이 상대 코트 빈 곳을 속속들이 공략했다.
반면 KB손해보험은 에이스 비예나가 크게 흔들렸다. 1세트 2득점, 공격 성공률은 28.57%로 저조했다. 2세트까지 비예나가 혼자 7개의 범실을 쏟아내면서 패색이 짙어진 KB손해보험은 1세트와 2세트를 모두 20-25로 헌납했다.
3세트에선 뒤늦게 몸이 풀린 비예나를 앞세워 KB손해보험의 반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차분히 역전의 기회를 노린 대한항공이 한 수 위였다. 야쿱의 공격 범실로 21-21 동점을 만든 대한항공은 세 차례 듀스 끝에 최준혁의 블로킹 득점을 끝으로 완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편 전날 여자부는 정관장이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꺾고 13년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제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배구 황제’ 김연경(흥국생명)이 기다리는 인천으로 향한다.
의정부=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