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을 성경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아니면 성경을 페미니즘으로 해석해야 할까요.”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열린 ‘크리스천은 페미니즘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세미나에서 던져진 질문이다(사진). 성경적 여성관을 연구하는 캠퍼스 연합 스터디 모임 슈브의 안유진 대표는 이 질문에 “현대 페미니즘의 발전 과정과 흐름을 분석해보면 성경적 가치를 지키는 신본주의적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이해해야 한다”고 답했다.
안 대표는 페미니즘을 놓고 남녀 갈등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해 “1세대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 권리신장 등 남녀평등이라는 하나님의 창조원리를 회복했다”면서 “‘내 옆에 한 영혼을 사랑하는 복음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면 예수님은 당시 사회문화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성을 존중하고 보호함으로써 여성 인권을 향상시켰다. ‘우물가 사마리아 여인’(요 4:1~26)에게 직접 다가가 여인의 영적인 갈급함을 채웠고 ‘마르다와 마리아’(눅 10:38~42)에겐 여성이 말씀을 듣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려는 무리 앞에서 보호하고 혈루증 앓던 여인을 치유하신 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여성이 치유받고 회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런 가운데 초대교회도 여성을 적극 수용했다.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복음 전파와 교육, 의료, 구제 사역에 헌신해 사회 변혁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에선 신앙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와 교회를 변화시킨 여성 리더들의 삶도 조명됐다. 여성 교육과 계몽운동에 힘쓰며 버려진 여자아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데 앞장섰던 독립운동가 여메례가 대표적이다. 남자현도 나라를 되찾는 사명을 감당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한국 최초 여성 의학박사 박에스더는 의료 선교사로서 여성 의료환경 개선에 기여했다. 이름도 없던 여성운동가 김세지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여성의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했다.
안 대표는 “이들은 신앙을 통해 삶이 변화되었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사명을 감당했다”며 “크리스천 여성들이 믿음의 선배들을 따라 예수님의 제자로서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권면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