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북부 ‘주불’ 잡혔지만 ‘뒷불’ 불안… 피해복구까지 장기간 소요 우려

입력 2025-03-30 18:53 수정 2025-03-31 00:34
산불 대피소인 경북 청송군 청송국민체육센터에서 30일 이재민들이 점심 배식을 받고 있다. 청송군민들은 화마가 들이닥친 지난 25일부터 엿새째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산불이 일주일 동안 5개 시·군을 할퀴고 지나가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피해를 입혔다. 주불은 149시간 만에 잡혔지만 주민들의 일상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 당국이 지난 28일 경북 산불 주불 진화를 선언했지만 주말에 의성, 안동, 청송 등 산불 피해지역 곳곳에서 뒷불이 번져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경북도는 30일 잔불 진화를 마무리하고 뒷불 감시로 대응을 전환한다고 밝혔지만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걱정을 거둘 수 없는 상황이다.

경북 산불이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됐다. 경북 5개 시·군 곳곳에서 마을과 문화재가 불에 타거나 그을리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경북도와 산림 당국 조사 결과 3617채의 집이 전소 등의 피해를 입었다. 고택 등 문화재도 25곳이 화마에 당했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 머무는 이재민도 3773명 가까이 된다. 추워진 날씨에 고령인 이재민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경북도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북 산불 영향 범위가 워낙 넓어 뒷불 감시도 쉽지 않다. 지난 29일 안동과 의성 곳곳에서 불길과 연기가 확산해 산림 당국이 헬기 20여대와 인력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30일도 청송군 파천면에서 뒷불이 발생해 헬기로 진화했다.

영남권(경북·경남·울산) 산불 등 전국 11개 시·군에서 최근 발생한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현재까지 4만8238㏊로 추정된다. 이 중 경북 산불 피해 면적이 4만5000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남권 산불 피해 면적은 2000년 2만5607㏊를 태워 360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낸 강원도 동해안 산불과 2022년 2만4797㏊를 태워 9000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낸 울진·삼척 산불보다 압도적인 규모다. 생명·재산 피해도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경북 산불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북 산불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30일 성묘 중 실수로 의성 산불을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씨(56)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22일 오전 11시24분쯤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다가 일대에 불이 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현장 보존 조치를 한 경찰은 국립과학산림연구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당국과 일정을 맞춰 조만간 합동 감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경찰은 기초 사실 조사를 모두 마친 뒤 A씨를 부를 예정이다.

최초 발화 당시 A씨 딸은 119 상황실에 “불이 나서 산소가 다 타고 있다”고 신고했다. 현장에는 A씨 아내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A씨의 딸은 당시 경찰에 나무를 꺾다가 안 돼 라이터로 태우려다가 바람에 불씨가 옮겨 붙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성군 안평면 산불이 난 날 안계면에서도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해 신고가 접수됐다. 안계면 산불의 경우도 과수원에서 주민이 소각을 하다가 번진 것으로 추정돼 의성군 등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안동=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