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새로운 국방 지침에서 자국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를 최우선 전략으로 전환하고 북한 등 적대국 위협에는 동맹국의 역할을 늘리기 위해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이달 중순 ‘임시 국방 전략 지침’으로 알려진 9장 분량의 문건을 자신의 서명을 담아 미 국방부에 배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 지침에서 “미군 인력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해 다른 지역에서의 위험을 감수하고, 러시아·북한·이란의 위협을 억제하는 대부분의 역할을 유럽·중동·동아시아 동맹국들에 맡기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출하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왔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지급기)이라고 부르며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헤그세스 장관은 새 지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상세하고 폭넓게 기술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다른 위협보다 우선시하고 미군 조직체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향하도록 재조정한 점이 놀랍다”고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의 새 지침은 미 의회의 국가안보 관련 위원회들에도 제공됐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민간 메신저 ‘시그널’에 군사 기밀을 올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군사 회의에 부인을 동석시킨 사실까지 폭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감한 정보가 논의되는 외국군 관계자들과의 두 차례 회의에 헤그세스 장관이 아내 제니퍼를 데려갔다”고 보도했다.
제니퍼는 지난 6일 국방부에서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의 비공개회의,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참석했다. WSJ는 “회의의 민감한 특성을 고려할 때 참석자는 일반적으로 보안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제니퍼가 보안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