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백종만 (22) “YPP 노하우 나눠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볼까”

입력 2025-03-31 05:05
백종만(앞줄 가운데) YPP 회장이 2014년 YPP 아카데미 ‘파워 시스템 어드밴스드 코스(PSAC)’에서 마크 아다미악(앞줄 왼쪽 다섯 번째) GE 전력 보호 및 제어 시스템 수석 엔지니어를 비롯해 수강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 회장 제공

YPP는 대한민국이 인정한 기업이다. 나는 2011년에 ‘대한민국의 강한 중소기업’ 대표 100인에 선정되어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 하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든 대기업에 대한 로망이 있다. 대기업이 스카우트를 제안하면 뿌리치기 어렵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YPP에도 직원들의 이직 문제로 딜레마가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에겐 외국 프로젝트 수주에 참여할 기회가 적지 않기에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 관계자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너무 잦아서 억울한 마음이 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 돌아보면 ‘YPP가 애국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더 큰 일에 참여하면 결국 대한민국에 더 유익한 성과를 내지 않겠는가.

아끼던 직원이 이직한 어느 날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YPP가 가르치고 훈련한 직원을 가끔 내보내기만 할 게 아니라, 아예 대한민국의 모든 엔지니어에게 YPP 노하우를 나눠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볼까.’ 그래서 처음 만든 프로그램이 ‘YPP 릴레이스쿨’이다. YPP의 핵심 기술인 전력 보호 및 컨트롤 시스템을 사흘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과정인데 지금까지 5000명이 넘는 엔지니어들이 이 과정을 수료했다.

YPP 아카데미는 단기 과정인 릴레이스쿨에 이어 12주에 걸쳐 진행하는 고급기술자 교육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파워 시스템 어드밴스드 코스’(PSAC)다.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시작된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해 2012년부터 해 온 국내 최초의 전력 시스템 고급 교육 과정이다. 그동안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에서 온 직원 170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YPP 모토는 ‘기술로 사회에 공헌하는 회사’다. YPP가 돈을 들여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배경도 여기 있다. 2011년 9월 전국적으로 정전 사건을 겪었고, 여름과 겨울에 전력난도 경험했다. 그 원인으로는 발전과 송전 등의 시설 문제뿐 아니라 이를 다룰 기술 인력의 부족이 지적됐다.

YPP도 기업이다. 이윤 창출에 무관심할 수 없다. 하지만 주님께선 내게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애국하는 회사가 돼야 한다는 비전을 주셨다. YPP 아카데미가 확장될 때마다 내가 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하신 일임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YPP 아카데미 프로그램은 시작에 불과하다. 2016년 항암치료와 탈원전 정책으로 건강과 회사가 모두 무너질 것 같을 때 하나님께선 “내가 너를 칠십부터 더 크게 쓰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뜻을 알 것 같다.

YPP는 올해 하반기 교육법인 아르센아카데미를 통해 그토록 꿈꾸던 ‘글로벌 크리스천 리더십 프로그램(GCLP)’을 시작한다. 프로그램엔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가 함께한다. 돌아보면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피터 릴백 총장과의 만남도 특별했다. 2022년 지인 소개로 처음 만났던 자리에서 우린 ‘백 브라더’가 됐고 GCLP를 준비하기로 했다. 내 인생의 후반전이 될 GCLP, 역경의열매 마지막으로 이 얘길 하려고 한다.

정리=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