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로 산림 4만8000㏊가 타버렸다. 서울 면적 80% 정도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니 참담하다. 피해규모뿐 아니라 사상자도 역대 가장 많았다. 설상가상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며 파괴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니 우려스럽다. 정부는 산불 진화와 이재민 지원이 마무리되는 대로 산불 대응 시스템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1980년대 연평균 238건이던 산불이 2020년대 들어 580건 발생하고 있다. 피해 면적도 1112㏊에서 8369㏊로 넓어졌다. 최근 3년 동안 365일 중 평균 204일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화하고 있으며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라 걱정스럽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위험지수는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 시 8.6%, 2.0도 오르면 13.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그런데도 우리 진화 시스템은 달라진 게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장비와 인력 확충이 우선이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추락한 헬기는 30년 된 노후 기종이었고, 조종사는 73세였다. 장비와 인력의 노후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산불 진화의 핵심은 헬기인데 이번에 동원된 헬기 대부분은 담수량 1000~2700ℓ 규모의 중소형 기종이다. 그러나 작은 헬기로는 역부족이다. 초동진화용 2만~3만ℓ이상의 대형 헬기를 확충해야 한다.
또 지금처럼 지역 고령층을 임시로 고용한 산불진화대원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 산불특수진화대원을 늘리고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헬기가 못 뜨는 야간에는 소방차량이 다닐 수 있는 임도(차량용 산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산 1㏊ 당 임도는 4m로 독일 54m, 일본 24m에 비해 현저히 적다. 임도가 있으면 진화 효율이 5배 늘어난다니 이를 최대한 늘려야 할 것이다. 2022년 경북 울진 산불 때 금강송 군락지를 지켜낼 수 있었던 건 임도 덕분이었다. 대피 과정에서 발송된 재난 문자는 고령층에겐 실효성이 적은 것으로 파악된 만큼, 이들을 위한 대피 시스템도 보완해야 한다.
산림청은 전국 동시다발적 산불이 발생했던 ‘2023년 산불 백서’를 지난해 발간하고 장비와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인력과 장비 확충 면에서 큰 진전은 없었다. 자연재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이번에는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