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해 온 무장정파 하마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쪽 베이트라히아에서 시작됐으며 26일에는 가자시티 등으로 확산됐다. 시위대 수백명은 ‘우리는 죽기를 거부한다’ ‘전쟁을 멈추라’ 등이 씌어진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고 “하마스 퇴진” “우리는 살고 싶다” 등의 구호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서 반(反)하마스 시위는 흔치 않다. 이전에도 시위는 있었으나 그때마다 곧바로 진압됐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전쟁 장기화로 지도부가 사실상 궤멸됐고, 여론까지 악화되면서 섣불리 시위 진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는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 않는 공격으로 악명 높았다. 전략적 타깃도 없이 학교나 식당, 버스 등에 테러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서면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고, 그러면 하마스 지지율이 높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강경파가 득세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2023년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하마스는 1200여명을 살해하고 수백명 이상을 납치했다. 대부분 민간인이었고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았다. 이에 이스라엘이 보복 공습과 지상전 작전을 펼치면서 가자지구의 사망자만 5만여명에 달한다.
지난 1월 양국이 휴전하면서 주민들은 안도했다. 1년 이상 지속된 전쟁이 끝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양국이 휴전 연장을 하지 못한 채 지난주 이스라엘이 공습을 재개하자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아닌 하마스를 겨냥한 시위에 나섰다. 오랜 기간 비타협적 공격을 경험한 주민들은 하마스가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이스라엘이 결코 공격을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 느꼈을 수 있다. 가자지구 주민들의 하마스 반대 시위가 반복되는 전쟁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