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무죄 판결을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원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 맥락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또 법원은 백현동 발언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의견과 사실 표명을 구분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견해도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이 대표 항소심 판결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때 마약을 했다고 말해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는데,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발언은 아니다”고 무죄 취지 판단을 했다.
형사6-2부는 이를 근거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발언한 것이 교유(알고 지냄)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암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법원 판례는 공직자 비판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라 이 대표 사건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두 사건 발언자의 신분과 지위도 다르고 이 대표 발언은 더 구체적”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모른다’는 표현이 유권자에게 주는 인식을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검찰 간부는 “발언을 들은 일반 유권자는 ‘김 전 처장과 만난 적도 없고 출장도 안 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재판부가 “어쩔 수 없이 백현동 용도변경을 했다”는 발언을 의견 표명으로 보거나, “용도변경 관련 협박을 받았다”는 발언을 과장된 표현에 불과하다고 한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나왔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거짓말을 하면서 ‘어쩔 수 없다’는 표현을 쓰면 무죄란 것인가”라며 “어떤 이유에서 허위사실이 아니고 과장된 표현에 불과한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2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검찰은 “판결의 위법성이 중대하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워 신속하게 상고했다”고 밝혔다.
김재환 박재현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