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세’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 기다려” 트레이더스, 맹추격

입력 2025-03-31 02:18
게티이미지뱅크

고물가시대가 길어지면서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 지형이 달라지고 있다. 눈에 띄는 업태는 창고형 할인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창고형 할인점 인기가 급증하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대량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기업 입장에선 멤버십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운영 비용이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성비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관련 업체의 성장 기대치도 점점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창고형 할인점은 대용량 상품을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대량 매입을 통해 단가를 낮췄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먹거리 등을 싼값에 구매할 수 있다. 제품 용량 대비 가격이 대형마트보다도 10% 이상 저렴하다. 대용량 제품을 구매한 후, 소분해 보관하는 소비 패턴에 적합하다.

창고형 할인점의 역사는 1970년대 미국에서 ‘프라이스클럽’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83년 월마트가 ‘샘스클럽’을 만들었고, 코스트코도 같은 해 첫 매장을 열었다. 90년대부터는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결과 멤버십과 대용량 상품을 앞세운 가성비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도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실속있는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그룹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보면 ‘샘스클럽US’의 매출 신장률(6.8%)은 월마트 그룹 전체(4.0%)와 월마트US(4.6%)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3분기에도 샘스클럽US의 매출 신장률은 7.0% 성장하는 등 매출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스트코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코스트코의 글로벌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순 매출은 7.3% 증가했고, 순이익은 9.0% 늘었다. 지난해에만 29개의 신규 매장을 개점한 코스트코는 올해 추가로 29개의 신규 매장을 열 계획으로 미국에 12개, 나머지는 다른 지역에 오픈할 예정이다.

코스트코의 경우 국내 19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매장 실적이 모두 높은 수준이다.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매출은 6조53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186억원으로 16% 늘었다.

시민들이 지난달 14일 이마트 트레이더스 마곡점에서 물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오픈 첫 날 매출 20억원을 기록했고, 이달에도 점포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한국 토종기업 중에선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창고형 할인점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전국 23개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 3조5495억원, 영업이익은 924억원이다. 특히 지난달 오픈한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한 달 만에 전국 트레이더스 매장 중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픈 첫날인 2월 14일 하루 매출만 20억원을 기록했고, 이튿날인 토요일(2월 15일)엔 매출 24억원을 달성했다. 트레이더스 역대 일 매출 최고 기록을 이틀 연속으로 경신한 수치로, 마곡점은 이달 역시 전국 점포 중 매출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의 성공 요인으로는 초가성비 상품 경쟁력, 지리적 이점 등이 꼽힌다. 대용량 제품을 일반 할인마트 대비 10~2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삼겹살, 딸기, 치킨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먹거리류가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서울 강서 지역에 있으면서 인천·경기 지역의 소비자를 함께 유입시킬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고매출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매장 반경 6㎞ 이내에 120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는 덕분에 집객 효과가 뛰어난 편이다. 점포 바로 옆엔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전문점 노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소용량 제품을 필요로 하는 1~2인 가구의 방문율도 높다.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경기 불황 속에서 소비자와 기업이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라며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