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2심 법원을 맹비난하며 대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심 때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한 당혹감 속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한 ‘사법 리스크’ 공세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부심하는 상황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는 이 대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는데, 어제 판결은 이 모든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비대위 회의 기사를 쓸 때 저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쓰지 마시라. 서울고법에 가면 사진 조작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재판부가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이 함께 찍힌 클로즈업 사진을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판시를 비꼰 것이다.
지도부 밖에서도 “개떡 같은 판결”(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 “검사가 ‘이게 오이입니다’ 그랬더니 법원에서 토막토막 내놓고 ‘이게 어딜 봐서 오이냐’ 하는 격”(장동혁 의원) 등 판결에 격앙된 발언들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주문하고 나섰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땐 ‘파기자판’(원심 파기와 동시에 대법원이 선고)도 할 수 있다. 조속한 판단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헌법재판소에 ‘신속’보다는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당은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헌재의 선고가 최대한 지연돼야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재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데,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시간도 벌어야 한다. 그사이 대법 판결도 받아보고, 위증교사와 같은 다른 재판 결과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헌재의 결론이 늦어질수록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기대를 고리로 지지층 결속을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사법부 공격을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더니 무죄가 나오자마자 재판부를 공격했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항소심 선고 전날인 25일 “이 대표는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박경미 대변인도 “고법 판결도 불복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