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쌓인 與… “내 사진 클로즈업하면 조작범” 2심 직격

입력 2025-03-27 18:57
국민의힘 권성동(왼쪽)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산불재난대응 특별위원회 긴급회의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최현규 기자

국민의힘은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2심 법원을 맹비난하며 대법원의 조속한 판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심 때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 빗나간 데 대한 당혹감 속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한 ‘사법 리스크’ 공세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부심하는 상황이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회의는 이 대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는데, 어제 판결은 이 모든 기반을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향해 “비대위 회의 기사를 쓸 때 저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쓰지 마시라. 서울고법에 가면 사진 조작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재판부가 이 대표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이 함께 찍힌 클로즈업 사진을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 판시를 비꼰 것이다.

지도부 밖에서도 “개떡 같은 판결”(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 “검사가 ‘이게 오이입니다’ 그랬더니 법원에서 토막토막 내놓고 ‘이게 어딜 봐서 오이냐’ 하는 격”(장동혁 의원) 등 판결에 격앙된 발언들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동시에 대법원의 신속한 판단을 주문하고 나섰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대법원은 이 사건처럼 증거가 충분할 땐 ‘파기자판’(원심 파기와 동시에 대법원이 선고)도 할 수 있다. 조속한 판단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중인 헌법재판소에 ‘신속’보다는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여당은 조기 대선이 열리더라도 헌재의 선고가 최대한 지연돼야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재점화할 수 있다고 본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데, 대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시간도 벌어야 한다. 그사이 대법 판결도 받아보고, 위증교사와 같은 다른 재판 결과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헌재의 결론이 늦어질수록 윤 대통령 탄핵 기각·각하 기대를 고리로 지지층 결속을 가속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사법부 공격을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 판단에 승복해야 한다더니 무죄가 나오자마자 재판부를 공격했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나”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가 항소심 선고 전날인 25일 “이 대표는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박경미 대변인도 “고법 판결도 불복하면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정현수 이강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