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8.2㎞’ 뛰는 속도보다 빠른 확산에… 진화 속수무책

입력 2025-03-27 18:51 수정 2025-03-28 00:32

영남지역 대형 산불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빠른 확산세를 보이며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영남지역 산불로 사망자 28명을 포함해 인명 피해 규모가 모두 60명으로 늘어났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경북 의성군에서 사망 2명, 부상 2명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산불이 발생한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의성 산불로 사망 24명, 부상 21명 등 44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경남 산청에선 사망 4명과 부상 9명 등 13명, 울산 울주 온양에서 부상 2명이 발생했다.


특히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도내 인근 지역인 안동과 청송, 영양, 영덕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원명수 국립산림과학원 국가산림위성정보 활용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24일까지 산불이 의성에 머물러 있다가 25일 오전 3시부터 영덕까지 12시간 이내 51㎞를 이동했다”며 “초속 27m 강풍으로 인해 매우 빠른 확산 속도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시간당 8.2㎞에 달한다”고 밝혔다. 뛰는 사람보다도 빠른 시간당 8.2㎞의 속도는 지난 2019년 속초·고성 산불의 확산 속도(5.2㎞)보다 빠른 것이다.

가파르게 확산하는 산불에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며칠 새 진화율도 뚝 떨어졌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낮 12시 기준으로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6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과 영양 진화율은 각각 60%, 55%에 그치고 있다.

이날 오후 들어 의성 일부 지역에서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불과 10여분 만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산림 당국은 “일부 지역에 내린 비로 주불이 진화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산불이 확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산불 피해가 심각한 안동·청송·영양·영덕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경남 산청, 24일 울주, 의성, 경남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산불 피해를 입은 사유시설 및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한다.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생계 구호를 위한 생활안정지원, 지방세·공공요금 감면 등 간접 지원이 추가로 이뤄진다.

한 대행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경북지역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의성=김재산 기자, 박민지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