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5% 관세’는 한국 자동차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시행이 확정되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다음 달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와 주요 부품에 부과되는 관세 25%는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자동차업계는 정부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관세 부과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이익이 감소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에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인 한국GM은 즉각 영향권에 들어간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기아는 101만대, 한국GM은 41만대가량을 각각 미국에 수출했다.
상황은 한국GM에 더 나쁘다. 한국GM은 대미 수출 비중이 생산량의 85%에 달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가 적용됐기 때문에 대미 수출로 실적을 올려왔다. 단지 미국 외 국가에서 생산한다는 이유로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에 대해 한국GM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명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철수설과 관련해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사업장을 잘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당장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늘린다는 구상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직접 밝혔다. 정 회장이 발표한 대로 설비 투자 등을 통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면 관세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부품업계는 생존 위기에 몰렸다. 가격 이점이 떨어지며 미국 수출물량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소·중견 업체 입장에선 살길이 막힐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부품사 30% 이상이 한계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온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재협상을 지켜보면서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등을 통해 면세 등 최대한 유리한 방향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쿼터제 식으로 일부 관세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까지는 몇 대, 내년에는 몇 대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제안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