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 하락세 지속, ‘금융 고위험가구’ 는다

입력 2025-03-28 00:32

지난해 부채 상환이 어려운 ‘고위험가구’가 40만 가구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격이 지방을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비수도권 가계의 채무 상환 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고위험가구가 지난해 3월 기준 38만6000가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3.2%로 전년(3.5%)에 비해 하락했지만, 2022년(2.6%)에 비해선 높다. 장기 평균(2017~2024년)인 3.1%와 비교해도 높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부채는 72조3000억원(전체 금융부채의 4.9%)으로 나타났다.

고위험가구는 금융부채를 안고 있는 가구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도 100%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소득 중 40% 넘는 돈을 원리금 상환에 쓰면서 주택 포함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이들이다.

한은은 지방 주택가격 하락세가 고위험가구 증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60세 이상 고령층 가구주 비중이 높은 지방 고위험가구는 소득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주택가격 하락이 DTA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 한은이 금리 및 주택가격 변동분과 주택가격 전망을 반영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지방과 수도권의 고위험가구 비중은 각각 5.4%, 4.3%로 추정됐다. 그러나 올해 말 지방은 5.6%로 커지고 수도권은 4.0%로 떨어져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중 부동산 관련 대출 잔액은 2681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는데, 이 중 가계 부동산 대출 잔액이 1309조5000억원(약 48.8%)에 달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