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배당 소득세가 없는 비과세 배당(감액배당)을 결정하는 상장사들이 늘고 있다. 감액배당은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바꿔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낸 투자 원금을 반환하는 성격으로 해석돼 세금이 붙지 않는다. 국내 상장사의 주주 환원율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대주주 혜택이 소액주주보다 커 조세회피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중 처음으로 감액배당을 26일 주주총회에서 확정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지난달 7일 처음으로 감액배당 결정을 발표한 이후 이날까지 8.51% 올랐다. 비과세 효과 덕분이다. 일반배당은 15.4% 배당소득세 원천징수가 적용되지만 감액배당을 한다면 배당금에서 세금을 한 푼도 떼지 않고 온전히 받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상장사 50곳이 감액배당을 결정했다. 감액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는 2022년 26개사, 2023년 36개사, 2024년 70개사로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감액배당이 상장사 사이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배당 확대 트렌드와 승계 이슈가 맞물려 급진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감액배당은 주식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소액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기업으로서도 주주 친화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대주주의 혜택이 소액주주보다 훨씬 커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배당과 이자를 포함해 금융소득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세 과세 대상이 돼 최대 세율이 49.5%까지 높아지는데 감액배당은 여기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주주의 현금 확보와 향후 상속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감액배당이 이용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올해 들어 감액배당을 결정한 상장사는 KCC글라스와 OCI 유화증권 일동홀딩스 에스디바이오센서 등이다. 이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40~70%로 높은 수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분율이 높을수록 감액배당을 할 유인이 높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율이 세계적으로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대주주들이 주주환원을 할 동기 부여가 된다는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후 감액배당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증을 하게 되면 액면가와 발행 가격의 차이만큼 자본준비금이 쌓이게 되는데, 이를 추후 배당하면 정부와 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가가 높아졌을 때 증자를 하고 추후 주가가 내려가면 그 재원으로 배당을 줄 수도 있다”며 “세금을 받지 못한 정부와 증자 때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산 주주들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