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No’라고 말할 수 있으면 지지율 오른다

입력 2025-03-28 02: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과 영토 위협 등을 쏟아내는 가운데 이에 의연히 맞서는 지도자들이 자국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레임덕 위기에 처했던 정상이 기사회생하기도 하고,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자국의 정권심판론을 집어삼키는 곳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미국과 의견 충돌이 있었던 5개 주요국(캐나다·멕시코·우크라이나·영국·프랑스) 지도자의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급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 지형이 가장 극적으로 뒤집힌 나라는 캐나다다. 여론조사업체 앵거스리드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지난해 말 지지율이 22%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74%에 달해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격차가 52% 포인트에 달했다. 결국 그는 지난 1월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캐나다 병합 위협에 이어 25% 관세까지 부과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트뤼도는 보복관세 등으로 강경하게 맞섰고 지지율은 퇴임 직전 47%까지 반등했다. 트뤼도의 뒤를 이어 지난 14일 취임한 마크 카니 총리도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여세를 몰아 다음 달 28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한 ‘강온 양면’ 전략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보복 조치를 공언하면서도 미국이 요구한 불법 이민 및 마약 단속에도 적극 협조했다. 이를 통해 트럼프의 호감을 얻어 관세 유예 조치를 받아내자 셰인바움의 지지율은 85%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크게 충돌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전쟁 피로감으로 인해 5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은 이달 초 67%까지 올랐다.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7월 정권을 잡은 뒤 증세와 각종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두고 트럼프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반등 추세다. 그는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영국 왕실명의 국빈 초청장을 전달하는 등 호감을 사는 행동을 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트럼프 덕분에 살아났다. 그는 트럼프의 대유럽 정책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 약화 우려가 나오자 ‘유럽 자체 핵우산론’을 주장하는 등 독자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마크롱의 지지율은 이달 들어 27%까지 올랐다. 여론조사업체 엘라브는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크롱에 대한 신뢰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이들은 충성하는 대신 정중하게 ‘아니요’를 말했다”며 “유권자들은 (미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