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美수출 3분의 1’ 車산업 초비상… 정부 “내달 대책 마련”

입력 2025-03-27 19:02
안덕근(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EC룸에서 열린 미국 자동차 관세 부과 관련 민관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최준영 기아자동차 사장, 신승규 현대자동차 전무, 김주홍 자동차협회 전무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부터 수입 자동차와 핵심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면서 대(對)미국 최대 수출품목이 자동차인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당장 다음 달 중 범부처 비상대책을 마련해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다음 달 3일부터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엔진·변속기·파워트레인 등 자동차 부품에 5월 3일 이전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 수출 시장에서 두 업종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 입장에서는 타격이 막대한 조치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과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각각 347억4000만 달러(약 51조원), 82억2000만 달러(약 12조원)로 나란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미 수출액(1278억 달러)의 약 3분의 1에 이르는 액수다. 특히 자동차 부문은 2위 업종인 반도체(106억8000만 달러)보다 수출액이 3배 이상 많은 전체 1위 업종이었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아 이 같은 수출 성과를 올렸다. 관세 부과 시 가격경쟁력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업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18.59%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나마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량을 늘려 관세의 영향을 일부 축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선제적으로 210억 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발표한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 사례다. 현대차가 100만~120만대 규모의 목표 현지 생산량을 달성할 경우 이들의 대미 수출물량 중 관세 영향을 받는 물량은 50만~7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다.

반면 생산설비를 현지로 이전하기 어려운 자동차 부품 업계는 대처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전임교수는 “부품 분야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낮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한층 위기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치를 ‘영구적’이라고 했지만 향후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부담을 고려하면 정부·민간의 협상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자동차 분야 25% 관세 부과로 신차 판매가가 최대 20%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관세 부과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관세 부과로) 우리 자동차 기업의 대미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관계부처와 자동차산업 비상대책을 4월 중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