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기필코 우승해 2년 무승 아쉬움 떨치겠다”

입력 2025-03-31 02:21
올 시즌 2승 이상을 목표로 하는 이소영이 지난 21일 전남 여수시 디오션CC에서 열린 KLPGA 이벤트 대회 신비동물원·디오션컵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단대항전 대회조직위

주니어 시절 ‘골프 천재’로 불렸던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2개월여 만에 경기도 대회에서 덜컥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전국대회로 열린 한국초등골프연맹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하며 실력을 다시금 입증했다.

KLPGA투어서 통산 6승을 거두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소영(28·롯데)의 얘기다.

그가 처음 골프채를 잡은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다. 출발은 엘리트 선수가 목적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배워두면 성인이 돼서 여러모로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 아버지(이준봉씨)의 늦둥이 막내딸을 향한 부성애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발단이 됐다.

학창시절 축구를 했던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서인지 이소영은 볼을 맞추는 재주가 있었다. 그런 딸을 보며 아버지는 고심 끝에 이소영을 전문가에게 맡겨 보기로 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아버지한테 배웠던 이소영의 골프는 스윙 코치를 만나자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이소영의 성장세는 거침이 없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태극마크를 달고 3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고3이던 2015년 하반기에 프로 전향을 선언한 그는 2016년에 KLPGA투어에 데뷔했다. 이소영은 프로에 데뷔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플레이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루키’ 시즌에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with SBS에서 프로 첫 승을 거둔 이소영은 이후 작년까지 5승을 더 추가했다. 특이한 것은 통산 6차례 우승을 모두 짝수 해에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달갑지 않은 징크스가 됐다.

‘핫식스’ 이정은(28·대방건설)에 밀려 신인상 포인트 2위로 데뷔 시즌을 마친 이소영은 와신상담 끝에 2018년 시즌에 커리어 정점을 찍는다. 그 해 3승을 거둬 최혜진(25·롯데), 오지현(29)에 이어 대상 포인트 3위로 시즌을 마쳐 명실상부 ‘톱스타’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2020년과 2022년에 나란히 1승씩을 거둬 ‘짝수 해’ 우승을 이어가던 이소영의 우승 시계는 2024년에 그만 멈춰 선다. 2년간 우승이 없자 그를 아끼는 팬들의 안타까움이 커지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걱정하지 않는다. 이소영은 최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달갑지 않지만 작년에 우승이 없어 짝수 해 우승 징크스가 비로소 깨졌다”며 “홀수 해인 올해 기필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진짜 징크스를 깨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올 시즌 목표를 작년에 하지 못한 우승까지 더해 2승 이상으로 잡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소영은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겨울 스승인 이시우 프로와 함께 베트남 호찌민에서 6주간 강도 높은 전지 훈련을 했다.

그는 “나는 욕심이 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딱히 어떤 부문을 중점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연습을 했다”라며 “그중에서도 스윙 밸런스와 샷 방향성, 그리고 비거리 늘리기에 더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이소영은 그동안 스윙 밸런스가 무너져 샷을 하고 난 뒤 피니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 손을 놓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소영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다시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결과는 오히려 좋았지만 본인 스스로도 그렇고 팬들의 입장에서도 불안한 스윙으로 여겨지는 건 당연했다.

이소영의 작년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243.49야드로 전체 33위였다. 245.21야드로 전체 19위였던 2023년 시즌보다 다소 비거리가 줄었다. 티샷 정확도를 가늠하는 페어웨이 안착률도 2023년에는 72.90%로 전체 49위였지만 작년은 전체 89위인 65.38%로 떨어졌다.

이소영이 작년 시즌 부진 원인을 줄어든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떨어진 정확도로 진단하고 스승과 함께 그 처방에 나선 것은 주효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이시우 프로님으로부터 배우고 있다”라며 “샷의 특정 부분에 치중하지 않고 몸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 방향을 제시해 주는 데 효과가 있다. 아직은 좀 어렵긴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대회에서 3연패에 성공한 이소영이 황유민(오른쪽)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구단대항전 대회조직위

이번 동계 전지 훈련은 성과가 있었다. 실제로 손맛도 봤다. 지난 23일 전남 여수시 디오션CC에서 막을 내린 신비동물원·디오션컵 구단대항전에서 후배 황유민(21·롯데)과 환상의 콤비로 대회 3연패를 거둔 것. 비록 이벤트 대회였지만 본격적 시즌 개막을 앞두고 거둔 승리여서 자신감이 부쩍 붙었다.

작년 시즌을 돌이켜 보면 우승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8월 말에 열렸던 KG 레이디스 오픈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회서 이소영은 2라운드까지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자리하며 역전 우승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대회 최종일인 3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는 바람에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쳐 아쉬움을 남겼다.

9월에 열린 OK저축은행 읏맨 오픈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당시 대회 때 선두에 5타 뒤진 공동 1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이소영은 마지막 날 6언더파 66타를 몰아치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으나 아쉽게 1타 차 공동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소영은 “한 대회는 우승권에 있다가 마지막 날 밀렸고, 또 한 대회는 우승권과는 거리가 먼 위치에 있다 역전 우승을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갔다”라며 “그런 게 골프가 아닌가 싶다. 올해는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우승 기회를 잡으면 꼭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20대 후반 나이에 접어 들었지만 아직은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는 그 원동력을 건강식으로 꼽았다. 이소영은 “건강식 위주 식단을 짜서 건강하게 먹고 있어 체력은 괜찮다”라며 “대회하고 나면 체중이 조금씩 빠지는데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도 푸껫 대회 마치고 2kg이나 빠졌다”고 했다.

이소영은 승부욕이 강하기로 소문난 대표적인 선수다. 이소영은 대회가 없거나 비시즌일 때는 테니스, 승마, 스키, 서핑 등의 스포츠에 푹 빠진다. 그는 “골프 외에 다른 스포츠도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게는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메이저 무관의 딱지를 떼는 것이다. 이소영이 수집한 6개의 우승 트로피 중 메이저 대회 트로피는 한 개도 없다. 그는 “올해는 메이저 대회에서 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진정한 챔프의 지위를 얻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이소영은 줄리 잉스터(미국)를 무척 좋아한다. 이유가 있다. 잉스터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잉스터가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엄마로서, 아내로서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이소영이 잉스터를 닮고 싶어하는 이유다.

그는 “잉스터처럼 나도 언젠가는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결혼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만 선수 생활은 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은 골프에 전념할 생각이다”고 확고한 신념을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