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조준선을 정렬하고 있다. “고의 지연” “국민 배신” 등 헌재를 직접 겨눈 발언 수위도 높아졌다. 이 대표 대권 가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사법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이제는 조기 대선 정국으로의 빠른 전환에 당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7일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당 회의에서 “오늘로써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104일째, 탄핵심판 변론종결 31일째인데 도대체 언제까지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려야 하나”라며 “선고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이유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흉흉한 소문과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며 “오늘 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는 정말 고의로 내란수괴 파면을 지연시키고 있는가”라며 “계속되는 침묵은 헌재에 대한 국민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당나라 헌재인가”라며 “만약 계속 지연시키고 (탄핵안을) 기각하면 혼란이 와서 나라가 망한다.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날렸다.
민주당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도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총리 스스로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마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임명에 10분이면 충분하다. 금주 내엔 위헌 상태를 해소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며 민주당 안팎에서 ‘인용 정족수 6명을 못 채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는 만큼 진보 색채가 짙은 마 후보자의 조속한 임명을 통해 확실하게 탄핵을 끌어내야 한다는 속내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헌법재판관들은 최대한 신속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려 달라. 선고가 지연될수록 우리 사회가 감당할 혼란이 커지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국민이 치르게 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우 의장은 또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스스로 헌법 위반, 국기문란 상태를 끌고 가면서 국민께 어떤 협력을 구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8일까지 천막당사를 24시간 체제로 가동하고 의원들이 참여하는 철야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4월 18일은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날이다. 황정아 대변인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최대 위기 상황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