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 오너 복귀·동원은 기술 대표 신설… 참치명가들, ‘실적 개선’ 리더십 교체

입력 2025-03-28 00:13

참치 원양산업을 주도하는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이 최근 리더십 변화를 단행했다. 양상은 사뭇 다르다. 사조는 오너가 직접 계열사 대표로 등판해 부진한 실적 회복에 나섰다. 동원은 기술과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는 경영진 개편으로 수익성 개선과 미래 사업 발굴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주진우(76) 사조그룹 회장은 2년 연속 적자에 빠진 회사 실적 개선을 위해 21년 만에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사조산업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고(故) 주인용 창업주의 아들인 주 회장은 1979년부터 약 25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최근 장남 주지홍 부회장에게 지분을 넘겨주며 사실상 승계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회사 실적이 부진에 빠지면서 구원투수로 나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사조산업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2년 6610억원에서 2023년 6322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635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5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23년 적자 전환(-239억원)했고, 지난해에도 94억원의 손실을 냈다.

사조산업 연간 매출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원양어업은 업황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에 따르면 횟감용 참치원어 가격은 2022년 kg당 1만342원에서 지난해 6581원으로 급감했다. 식품가공용 참치원어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185원에서 1616원으로 떨어졌다. 반면 어획을 위해 필수적인 연료, 미끼, 인건비 부담은 급증했다. 횟감용 참치의 주수입국인 일본이 엔화 약세를 겪으면서 고급 참치회 수요가 감소한 점도 매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동원그룹의 사업 지주사이자 원양업계 1위인 동원산업도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1조7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소폭(1.4%) 증가한 1286억원이었지만 참치 가격 하락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았다.

동원그룹은 전날 동원산업을 3인 대표 체제로 바꿨다. 지주·기술·사업 부문에 각각 김세훈·장인성·박상진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각 부문 대표가 그룹의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새 먹거리를 발굴에 나선다.

주목할 만한 개편은 창사 56년 만에 새로 도입한 기술 부문 대표직 신설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낸 장 신임 대표는 현대자동차그룹을 거쳐 2022년 동원그룹에 합류해 인공지능(AI) 어군 탐지 드론 개발 등을 주도했다.

동원그룹은 2차 전지소재·스마트항만·육상연어양식 등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술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