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씨 덮치더니… 3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

입력 2025-03-27 18:48 수정 2025-03-27 22:56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가 27일 확산된 불에 타 폐허로 변해 있다. 영덕 방향 건물은 전소됐고, 청주 방향 건물은 50% 소실됐다. 청송=권현구 기자

“인근 산에서 불꽃이 보이는가 싶더니 불과 3분 만에 동네 전체가 불바다가 됐습니다.”

이번 산불로 사망자 6명이 발생한 경북 영양군 석보면은 27일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전기가 끊기고 기지국도 소실되면서 휴대전화마저 이용이 어려웠다. 대부분의 가옥이 전소됐고, 폐허가 된 마을엔 적막과 연기, 매캐한 냄새만 코를 찔렀다. 석보면 답곡리 주민 김모(70)씨는 “조상 대대로 지켜온 집인데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며 “평생 이런 산불은 처음 봤다”며 망연자실했다. 다른 주민 신모(76)씨도 “거센 불길 속에서 살아남은 게 기적처럼 생각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석보면 화매1리 계곡마을 역시 초토화됐다. 불길은 밤 사이 빠르게 번지며 마을 전체를 집어삼켰고, 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참변을 당했다. 주민 강모(73)씨는 “불길이 너무 빨라 피신할 수도 없었다. 건너편 야산에서 우리집 앞마당까지 불이 닿는 데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공포스러웠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영양읍 주민 김모(64)씨는 “커다란 불덩이가 세찬 바람을 타고 도깨비불처럼 하늘을 날아다녔다”고 전했다. 이번 산불로 영양군에서는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으며 1765명이 대피했다.

산불은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집어삼켰다. 확산한 산불로 이날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이 불에 탔다. 영덕 방향 건물(8개 매장 입점)은 모두 탔고, 청주 방향은 건물 50%(10개 매장)가 소실됐다. 불행 중 다행히도 주유시설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간이휴게소인 점곡주차장 영덕 방향도 화장실과 매장 전부가 불에 탔다.

군인들이 이날 경북 의성군 단촌면 방하리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업을 하는 모습. 군은 육군 50사단과 2신속대응사단 장병 240명을 동원, 산불 진화 지원에 나섰다. 연합뉴스

의성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가 귀가 중 실종된 산불감시원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11시50분쯤 경북 영덕군 영덕읍 매정리 한 차량에서 산불감시원 A씨(69)가 불에 타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지난 25일 영덕 산불진화대원 9명과 함께 의성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가 진화 지원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연락이 끊겼다. A씨가 발견된 곳은 영덕읍과 자택이 있는 영해면 중간 지점으로 파악됐다.

산림 당국은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으로도 불길이 뻗쳐나가자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국립공원은 지리산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경남사무소 직원 130명뿐 아니라 전남과 전북사무소 직원, 가야산국립공원 등 인근 직원도 매일 30∼50명씩 투입돼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영양·청송=김재산 안창한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