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법원 공격도, 야당의 헌재 압박도 중단해야 한다

입력 2025-03-28 01:20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선고 뒤 국민의힘의 재판부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판사 정치성향에 따라 판결이 좌우됐다. 판사들 문해력이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사람 좋으니까 무죄라는 식의 판결이다. 우리법연구회 카르텔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상민 대전시당위원장은 “이런 개떡 같은 판결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고, 윤상현 의원은 특정 판사를 거론하며 “좌파 사법 카르텔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판결에 불만이 있어도 판사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거나 ‘좌파’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이는 판결 전 권 원내대표가 “이 대표는 항소심 판결에 승복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던 모습과도 배치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법원 판결마저 마구잡이로 공격하면 사법 시스템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민주당의 흔들기도 중단돼야 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가 심판 지연으로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온갖 흉흉한 억측이 나라를 집어삼키고 있다”면서 “헌재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회의도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이 계속 기다려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경고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헌재는 정말 고의로 파면을 지연시키고 있느냐. 국민을 배신한 채 선고를 미루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헌재가 경제에 짐” “당나라 헌재”라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탄핵 선고가 늦어져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야당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선고도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선고 재촉을 넘어 헌재 자체를 비난하고, 위상을 폄하하는 언행은 나중에 심판 결과가 나왔을 때 불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삼가야 한다. 특히 ‘국민 배신’ 등의 비난은 자칫 헌재에 대한 공격을 부추길 소지도 있다. 또 탄핵 찬반 시위로 이미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정치권의 비난까지 더해지면 재판관들의 독립된 평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