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인 2022년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은 당시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며 열흘 동안 계속됐다.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음에도 진화가 안 됐고, 결국 비가 내리자 꺼졌다. 이후 정부와 산림청은 24시간 산불을 감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CCTV 설치, 지연제 투입, 드론산불진화대 등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영남 산불도 비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대형 산불 발생 때마다 진화 시스템 개선을 외쳤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매번 거론됐던 헬기 부족과 노후화는 이번 영남지역 산불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전력으로는 동시다발 대형 산불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산림청의 헬기는 대형 7대(8000ℓ 이상), 중형 32대(5000ℓ 미만), 소형 11대(1000ℓ 미만) 등 총 50대다. 소방청도 대형 헬기 4대를 포함해 총 32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담수 용량이 큰 러시아산 헬기 일부는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운영이 어려워 실제 가용 헬기는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산불 진화 인력의 고령화와 열악한 처우도 단골 주제다. 현장에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투입되는 자원이지만 고령화 문제로 실제 투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불에 취약한 소나무 수종 전환과 부족한 임산도로 문제 제기도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산불 진화 체계가 과거에 머물면서 비만 바라보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동시다발·대형 산불 추세가 뉴노멀이 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봄철 등 일정 기간만 가동되던 대응 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이다. 고령화 문제 해결과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산불 진화에 특화된 조직을 정비·확대·상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 시간대 공중 진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야간 운행이 가능한 헬기 도입 확대, 고중량 드론 도입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많은 물을 뿌릴 수 있는 고정익 항공기 도입 등 실효성 논란이 있는 사안도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계명문화대 소방환경안전과 김명균 학과장은 27일 “일본의 경우 문화재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기관과 협의해 설치할 수 있다 정도로 느슨하다”며 “정부가 변화된 산불 양상에 맞춰 행정·재정, 소방력 등 전방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실화를 막을 수 있는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고 고령자가 많은 지방일수록 인식 변화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며 “재난의 일상화를 상정하고 지진, 산불 등 재난을 총망라한 새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