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미보다 취약한 정찰자산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우리 군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5~26일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이 공중통제기에 직접 탑승해 군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비행기 내부에는 한반도 지도도 띄워져 있었다.
공중통제기는 상공에서 감시 레이더를 통해 적의 항공기, 선박 등을 탐지한 후 실시간으로 보고해 아군 전투기를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의 공중통제기는 러시아로부터 받은 수송기 일류신(IL)-76 동체 상단에 레이더 안테나의 방수, 방진용 덮개인 레이돔을 올려놓은 형태다. 내부 장치와 부품 등은 러시아가 지원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 자폭 무인기가 전차를 타격하는 모습도 참관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러시아제 ‘란쳇’과 유사한 자폭 무인기와 새로운 주황색 무인기도 선보였지만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됐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외형이 닮은 전략무인정찰기의 비행도 지켜봤다. 이 정찰기는 2023년 7월 무장장비 전시회 당시 공개된 것과 외관은 유사하지만 날개가 좁고 길어졌다. 김 위원장은 “무력 현대화 건설에서 무인장비와 인공지능 기술 분야는 최우선적으로 중시하고 발전시켜야 할 부문”이라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기존에 북한이 완전히 깜깜이였다면 이제 조금이라도 볼 수 있는 정도”라며 “우리 공군의 수준은 아니지만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군은 공중통제기 1대만으로는 정상적인 작전 운용과 공역 통제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공중통제기가) 굉장히 둔중하고 요격에도 취약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공군은 현재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4대를 운용 중이고, 4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