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국내 축구장의 잔디 관리에 직접 손을 대기로 했다. 문체부는 K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함께 국내 축구장 27곳의 잔디 상태를 전수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문체부는 연맹 내 잔디관리 전담부서를 특설해 일본 등 선진사례 조사에 착수했다고 27일 밝혔다. 문체부는 오는 4월부터 K리그 경기장 조사에 나서며 올 상반기 내 잔디 상태의 문제점과 원인을 분석해 구장별 맞춤형 개선안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연맹과 구단, 경기장 운영 주체 등과 협력·소통을 강화해 지속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장의 잔디 상태는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추위와 더위가 공존하는 한국은 기후 특성상 잔디 생육과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쉽게 푹푹 파여 ‘논두렁 잔디’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줘 경기의 질과 팬들의 흥미를 동시에 떨어뜨리는 지적도 나온다. 선수들의 부상 확률이 높아지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
올해는 K리그 개막이 지난달 초로 앞당겨지면서 더욱 문제가 도드라졌다. 하지만 잔디 상태는 K리그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내에선 국가대표팀의 A매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와 같은 국제 경기가 꾸준히 열린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8경기 중 4경기를 홈에서 가졌는데 1승 3무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달 예선 2연전은 잔디 문제로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고양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렀지만 또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지난 25일 요르단전을 마친 뒤 경기 환경의 더딘 개선 속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축구는 작은 디테일로 승부가 결정된다. 좋은 환경에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게 속상하다”며 “어느 나라든 춥고 덥다. 다른 나라의 잔디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걸 보면 우리도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경기장 특성이나 기후 조건을 고려해 노후화한 잔디는 교체하고 인조 잔디의 품질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을 예정이다. 열선·배수시설 관리 등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만드는 한편 장기적인 잔디 유지·관리 지침 마련, 현장 점검 강화 등을 제안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공체육시설 개·보수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축구장 잔디 교체를 포함한 경기장 개선을 적극 지원하고, 추후 전수조사 대상 경기장을 확대할 방침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