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부과 시점은 다음 달 3일부터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무관세로 수출됐지만 앞으로는 25%의 높은 관세를 물게 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포고문에는 한·미 FTA가 미국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해외 제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4월 2일 발효되고 3일부터 관세를 걷기 시작할 것”이라며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 부를 가져가는 나라들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고문은 1962년 제정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 안보를 목적으로 수입을 조정할 수 있는 대통령 권한을 발동한 것이다. 트럼프는 포고문에서 “한·미 FTA 개정과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등이 (미국에) 충분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자동차와 특정 자동차 부품 수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며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는 지난 12일부터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이후 새로 추가된 품목 관세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세단과 트럭 등 수입 자동차뿐 아니라 엔진, 변속기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에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시점은 관보에 공시되는 날로 하되 5월 3일 이전이라고 밝혀 자동차 관세보다는 한 달 정도 늦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4400만 달러(약 51조원)다. 무관세로 수출되던 자동차에 갑자기 25%의 관세가 붙게 되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백악관에서 21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규모를 12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였다. 트럼프도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그동안 없었던 고관세를 물게 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