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북동부권 산불이 역대급 피해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두고 편중된 수종이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경북도와 산림청 등에 따르면 경북 북부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숲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숲에서 차지하는 소나무 비율도 경북이 가장 높다.
산림청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경북 소나무(소나무·해송)숲 면적은 45만7902㏊로 강원(25만8357㏊) 경남(27만3111㏊)보다 월등하다. 산림 면적 중 소나무숲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22일 산불이 시작된 의성은 물론 산불이 확산된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도 소나무숲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나무는 산불에 취약하다. 송진은 불에 잘 타는 물질로 소나무가 활엽수보다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겨울에도 잎이 그대로 붙어 있어 나뭇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 태우고 확산되는 수관화(樹冠火) 현상 발생 위험도 높다. 경북 북동부권 산불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비화(飛火) 현상도 수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재해복구 사업 때 상대적으로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소방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임도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도밀도가 ㏊당 50m가 넘는 오스트리아, 독일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4m 정도로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소나무가 국내에 잘 적응한 수종이지만 불에 잘 타는 것이 단점”이라며 “기존 소나무를 다 제거하자는 것이 아니고 민가나 문화재 등 중요 시설 주위에 솎아베기 등을 통해 저지선을 구축하면 산불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동=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