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김상열(사진) 호(號)가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차게 출항했다.
김 회장은 13대에 이어 4년 만에 15대 회장직을 고심 끝에 수락했다.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KLPGA 구성원들의 염원을 외면할 수 없어서였다고 한다. 김 회장 본인의 KLPGA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도 영향을 끼쳤다.
김 회장은 KLPGA구성원들이 찾는 최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이 제13대 수장으로 재임했던 시기가 KLPGA의 ‘황금기’였다는 것도 협회 구성원들이 그에게 SOS를 청한 주요 논거 중 하나였다.
김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책임’과 ‘영광’을 강조했다. 회원들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김 회장은 “KLPGA는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발전을 이뤄낸 위기 극복 DNA가 있다”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닥쳐오는 위기 역시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더욱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임기 내에 KLPGA의 미래를 더욱 견고히 하고 세계 스포츠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될 3가지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회원 복리후생, KLPGA투어의 질적 성장, 그리고 KLPGA투어의 글로벌 위상 제고다.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김 회장은 시종일관 강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가장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 키워드는 ‘빗장’이었다. 올 시즌 초반 LPGA투어에서 일본 선수들에 비해 우리 선수들이 다소 밀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 원인이 굳게 걸어 잠근 KLPGA의 빗장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회장은 빗장을 과감히 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예전처럼 국내 정상의 선수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해외 무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손질을 본 규정도 있다. KLPGA는 해외에서 활동 중인 KLPGA투어 시드권자가 KLPGA투어 대회에 연간 3개 미만 출전할 경우 1개 시즌씩 시드권을 소멸하는 규정을 올 초에 폐지했다.
자생력과 자신감이 부쩍 커진 KLPGA의 생태계 변화도 김 회장이 규제 철폐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내친김에 LPGA나 JLPGA투어처럼 KLPGA투어 진출을 원하는 외국 선수들을 위한 오픈 퀄리파잉 제도를 도입하길 바란다.
김 회장은 국내 개최 해외 투어 대회와도 동반자적 입장에서 기꺼이 협력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근 수년간 이 대회는 KLPGA투어 선수들의 출전이 제한됐다. 김 회장은 올해는 여러 여건상 쉽지 않지만 내년 대회부터는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KLPGA투어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화수분처럼 배출하는 3부 점프투어와 2부 드림투어, 그리고 레전드들의 경연장인 시니어투어 활성화도 김 회장이 추진해야 할 역점 사업 중 하나다. 김 회장이 13대 회장 재임 기간에 점프, 드림, 시니어투어는 양적, 질적 면에서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당시 김 회장은 사재를 털어 대회수와 상금액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그는 시니어투어 활성화 방안으로 KLPGA투어서 10년 이상 활동하며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이른바 ‘K-10’ 클럽 선수와 커리어 상금 30억원 이상 선수들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 회장의 적극적 행보에 KLPGA의 구성원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김 회장의 헌신과 열정으로 KLPGA가 선진투어로 자리매김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