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산헤드린 공회원으로부터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라는 곤란한 질문을 받으셨습니다.(막 12:14)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로마 황제 가이사(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큰 논쟁거리였습니다. 극단적인 구약 율법 준수를 주장하는 바리새인들은 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이 우상숭배에 해당하기에 세금을 바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로마 제국은 식민지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을 때 티베리우스 황제의 얼굴이 새겨진 데나리온 동전을 사용했습니다. 어떤 형상도 우상숭배로 여기는 바리새인들에게는 세금 납부가 꺼려지는 일이었습니다. 반면 유대공동체 내 헤롯당은 친 로마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는 반대의 정치적 견해를 가진 바리새인과 헤롯당을 예수님께 보내 간교한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을 꿰뚫어 보시고는 데나리온 하나를 가져오게 하십니다. 그리고는 “동전에 새겨진 형상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십니다. 이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는 대답을 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대답에 대해 성경학자들은 “가이사가 자신을 신격화하고 우상화하며 하나님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다면 그것을 그냥 그에게 돌려주라. 그러나 궁극적으로 가이사 역시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을 잊지 말라”고 해석합니다. 예수님의 이 절묘한 대답에서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만드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이사의 것으로 통칭하는 ‘내 것’을 주장하는 것은 무익하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황제 얼굴이 새겨진 데나리온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신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을 신격화하기 위해 동전에 얼굴을 새기고 영원한 권력을 꿈꿨던 로마 황제가 세상을 자신의 소유로 착각하는 불쌍한 존재였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세상 대부분 사람이 내 소유를 자랑합니다. 우리 역시 가이사와 똑같은 주장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조차도 내 하나님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하나님을 소유하고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생각과 주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교훈하고 계십니다.
둘째 나를 포함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입니다. 피조물은 하나님을 주인으로 인정하고 하나님께만 영광 돌릴 때 온전해집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일상을 살아갈 때 늘 우리 안에 일어나는 싸움은 ‘하나님을 만물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내 삶과 보좌에 앉으신 주님을 모시는 하늘 시민으로 사느냐’ 아니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돼 신으로 사느냐’는 싸움입니다. 더 큰 문제는 말씀에 근거한 정답을 너무 잘 알지만 그렇게 살지 않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신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겸손하게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겸손의 자리로 내려가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만을 높이는 것입니다. 세상의 시민이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인 것을 자각하고 ‘하나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십니다.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십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오롯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두 나라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하루를 살아도 땅의 시민임과 동시에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사는 은혜가 우리의 삶에 가득하길 소망합니다.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
◇서현교회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성도들을 행복하게, 교회를 새롭게, 이웃을 미소짓게 하는 목적을 가지고 사역하는 교회입니다. 이상화 목사는 1994년 설립된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대표로도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