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크게 번지며 하룻밤 새 22명이 숨지는 등 총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북 의성 산불은 이날 안동, 청송, 영양을 넘어 동해안 영덕까지 큰 피해를 입혔다. 경남 산청 산불은 지리산국립공원까지 옮겨붙었다.
산림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의성 산불 여파로 숨진 사망자는 총 22명이다. 지역별로는 영덕 8명, 영양 6명, 안동 4명, 청송 3명이다.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한밤중에 강풍으로 순식간에 산불이 번지면서 대부분 고령층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주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는 일가족도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의성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나섰던 헬기가 추락하는 사고도 나 70대 기장이 숨졌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이날 낮 헬기 추락 직후 전국 산불 현장에 투입한 진화헬기의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순차적으로 추락한 헬기와 다른 기종부터 재투입했다. 산청 산불과 관련해선 지난 22일 진화대원 3명을 포함해 총 4명이 사망한 이후 다행히 목숨을 잃은 주민은 없는 상황이다.
산불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의성 산불은 주왕산국립공원이 있는 청송 주왕산면 등으로 급속하게 번졌다. 이에 주민들에게 대피를 안내하는 재난문자가 다시 발송되기도 했다. 경북 북동부 산불 현장에서는 이날 모두 80여대의 헬기가 투입됐다. 의성 산불로 경북 북동부 7개 시·군에서 대피한 주민 수도 2만33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150채, 공장 1동, 창고 43동, 기타 시설물 63동 등 모두 275곳이 전소됐고 330곳은 반소 또는 부분 소실됐다.
의성 산불이 강원도까지 옮을 가능성도 생겨나고 있다. 27일 경북 지역에는 5㎜ 이하 강수에 또다시 강풍이 예상되고 있다. 강원도는 이날 최고 수준인 산불 1단계로 대응키로 결정했다.
경남 산청에서 발생해 하동으로 번진 산불이 이날 바람을 타고 지리산국립공원까지 확산했다. 산청군은 지리산 인근 시천면 중산리 전체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 수치를 합한 산불 피해 전체 규모는 이미 3만㏊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번 영남 산불은 2000년 4월 강원 강릉·동해·삼척·고성 산불(2만3913㏊)을 넘어 국내 최대 산불 피해 규모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사망자 수도 1987년 산림청이 산불 인명피해 통계를 낸 이후 역대 최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동·청송=김재산 이임태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