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뒤집힌 핵심 이유는 1심에서 인정한 발언의 허위성이 2심에서 전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특히 문제가 된 발언들에 대해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발언을 공소사실 취지로만 해석하는 건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형사법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26일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 허위성을 인정할 수 없고, 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에 해당해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1심은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을 구체적으로 ‘성남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몰랐다’ ‘경기도지사가 된 후 김 전 처장을 알게 됐다’ ‘김 전 처장과 함께 간 해외 출장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로 구분했다. 1심은 이 중 ‘골프 발언’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 대표는 앞서 김 전 처장과 찍었던 사진과 관련해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어내 보여줬다. 조작한 것”이라고 했다. 1심은 이를 ‘골프 친 적 없다’는 발언으로 봤다.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전 처장과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라 거짓말이 맞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2심은 골프 발언 허위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사진의 성격을 다시 따졌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이 함께 나온 뉴질랜드 출장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사진 원본은 10명이 찍은 것”이라며 “일부를 떼어내 보여줬다는 의미에서 조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재직 당시 몰랐다’ 등 발언에 대해서는 “‘아느냐’는 인식에 관한 질문에 답변한 것이고, 검사 해석처럼 아무 교유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볼 수 없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도 무죄로 뒤집혔다. 1심은 이 대표 발언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지역 변경 관련 국토부의 직무유기 협박이 있었다’는 의미이고, 허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이 대표 발언 자체를 다르게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발언은 5개 공공기관 부지에 대해 협박을 받았고, 백현동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 용도변경을 해줬다’는 의미라고 봤다. 해당 발언에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 관련’이라는 직접 언급은 없는 점도 강조했다. 또 ‘직무유기, 협박 발언’에 대해 “상당한 강도의 압박을 과장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에 용도 변경을 해줘야 하는 막바지 단계에서, 성남시 이익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이 대표 백현동 배임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대표는 백현동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줘 성남시 등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민간업자에게 청탁·알선 대가를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2심은 “이 대표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확정 판결에서 인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발언을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데 좁게 해석하는 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1심 재판부가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하면서 언급했던 원칙이기도 하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