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불어나는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지분형 주택금융’ 도입을 추진한다. 개인이 집 한 채를 통째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분 일부만 갖고 나머지 지분은 정책금융기관 등이 투자하도록 하는 식이다. 주택 구입 비용을 낮춰 ‘영끌’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나가면 현금을 많이 보유하지 못한 이들은 주택 구매에 제약이 생긴다”며 “지분형으로 이 같은 애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투자형 주택금융은 매수자와 주택금융공사가 특정 아파트를 살 때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개인은 주택의 일부를 구입하고 그외 지분에 대해선 ‘월세’를 지불한다.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춰 실수요자의 주택 소유를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완전한 소유가 아니기에 체감 주거 안정성이 낮다는 등의 지적도 있다. 특히 집값 상승 가능성이 낮은 지방 등에 공공기관이 투자할 경우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반값 아파트’ 정책으로 불린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지분형 분양주택’,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수익공유형 모기지’ 등 과거에도 유사한 형태의 정책이 추진됐다. 김 위원장은 “비슷한 형식의 시도가 있었지만 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있었던 것 같지 않다”며 “지분형 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고민을 거친 뒤 수요 확인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김 위원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제된 한 달여간 이뤄진 거래가 추후 가계대출 수치에 반영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 폭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집을 계약하고 1~2개월 뒤 대출 승인이 나기에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지침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세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 기준금리와 은행 금리의 괴리를 줄여야한다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둘을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은 결국 은행의 심사다. 구체적인 대출 정책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해달라는 원칙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