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작전 채팅 ‘시그널게이트’로 비화… 트럼프 “기밀 없었다” 진화에도 후폭풍

입력 2025-03-26 19:12
미국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25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채팅방 군사기밀 유출 사건 당사자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풍자하는 사진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안보 최고위급 인사들이 민간 메신저 ‘시그널’로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의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채팅방에서 군사기밀이 논의되지 않았다며 파문 차단에 나섰지만 후티 군사작전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과 유럽에 대한 ‘뒷말’까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미국 언론에서는 ‘시그널게이트’라는 말까지 나온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팅방에서 논의된) 정보는 기밀이 아니었다”며 “(후티에 대한) 공격은 완전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없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시사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지난 13일 왈츠 보좌관으로부터 시그널 내 ‘후티 PC 소규모 그룹’이라는 채팅방에 초대받으면서 불거졌다. 왈츠와 J 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이 민간 메신저에서 후티 공습을 논의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채팅에 언론인까지 실수로 초대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폴리티코는 “시그널게이트는 국가안보의 심각한 위반 그 이상이다. 모든 정부에 가장 위험한 ‘무능함’이라는 혐의를 제기한다”면서 “백악관 내 모든 사람이 ‘왈츠는 멍청한 놈’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고 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채팅방에서 군사작전 정보를 공유한 헤그세스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헤그세스는 역사상 가장 자격이 없는 국방장관”이라며 “그가 장관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안보를 위협하고 우리 군인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채팅에서 밴스 부통령은 후티 공격에 반대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밴스는 후티 공습 시점에 대해 “실수”라며 “나는 대통령이 이것(공습)이 유럽에 대한 그의 메시지와 얼마나 모순되는지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유럽인들을 또 구제하는 것이 싫다”고 하자 헤그세스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혐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말 한심하다”고 맞장구쳤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사령관은 이번 사태로 “동맹국들이 정보 공유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탈리 루아조 유럽의회 의원은 “푸틴은 이제 실업자다. 스파이 활동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