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를 고아로 조작해 해외입양 보내… 인권침해 확인

입력 2025-03-26 18:45 수정 2025-03-26 18:46
뉴시스

1960~1990년대 국내 아동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국가의 관리·감독 부실로 인권 침해를 당한 사실이 국가 기관의 공식 조사로 확인됐다. 미아가 된 아동이 고아로 둔갑해 해외로 입양되고, 의도적으로 아동의 신원을 바꿔치기한 사례도 발견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발표는 1964~1999년 해외 11개국으로 보내진 367명이 당시 일괄적으로 ‘고아 호적’으로 입양돼 자신의 ‘정체성을 알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조사를 신청한 사건에 대한 1차 진실규명 결과를 담고 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대상자 98명 중 56명에 대해 인권 침해 사실이 인정됐다. 다른 42명은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류’ 결정됐다.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공문서나 증인 등 여러 요건에 의해 확인돼야 하는 기준이 있다”며 “자료가 부족해 더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정부가 아동 복지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입양을 적극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모든 입양절차를 민간 입양 알선기관에 맡긴 채 해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에는 눈감았다고 지적했다. 아동의 신원 정보가 왜곡 또는 허위 작성됐으며, 아동이 해외로 송출된 이후에도 적절한 보호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입양 당시 적법한 입양 동의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고로 미아가 된 아동이 고아로 둔갑해 해외 입양되는 사례들도 다수 발견됐다. 의도적으로 아동의 신원을 바꿔치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입양 절차를 진행 중인 아동이 숨지거나 연고자가 아동을 다시 데려가는 경우, 입양 알선기관이 다른 아동을 해당 아동으로 신원 조작해 예정대로 출국시킨 사례도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 조사와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원 조작 피해자에 대한 구제 조치, 입양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 입양인 가족 상봉 지원, 헤이그국제아동입양협약 비준도 권고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