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 천만의 말씀”

입력 2025-03-28 01:31
동물들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똑똑하고, 때로는 잔인하기도 하다.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는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과 오해를 반박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까”라는 질문에 답한다. 북다 제공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 인문주의 거장인 프랑수아 라블레는 ‘웃음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말했다. 책은 “천만의 말씀”이라며 반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선, 애석하게도 인간이라고 항상 웃지 않는다. 또한 인간만이 웃는다는 사고는 자기들끼리 장난치며 노는 몇몇 영장류를 무시하는 처사다.”

첫 부분만 봐도 책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30여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책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과 오해를 반박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까”라는 질문에 답한다.


일단 서두에 제시한 ‘웃음’을 짚어보자. 많은 동물은 기쁨과 공감을 표현한다. 일단 영장류가 웃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그들의 웃음은 인간의 웃음과 유사하다. 앵무새가 ‘웃는다’는 보고도 있고, 심지어 쥐도 “행복하거나 간지럼을 탈 때 ‘초음파’로 웃는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공감과 애정의 감정은 포유류와 조류에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원숭이나 쥐를 대상으로 레버를 누르면 먹이를 주는 실험은 유명하다. 이때 레버를 누르면 자기는 먹이를 얻지만 ‘동종 동물’에게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들은 동료에게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는 듯 레버 누르는 횟수를 자발적으로 줄인다.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도 관찰된다.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를 날게 해주려고 애쓰는 어린 원숭이, 부모 잃은 새끼 가젤을 키우는 암사자의 경우다.

폭력은 동물의 세계 어디에나 존재한다. 하지만 동종끼리 살인, 전쟁, 학살을 자행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 침팬지 무리 안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2017년 발표된 스페인 연구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 1000여종 중 40%가 동종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자나 늑대 등 포식자는 물론 사막에 사는 작고 매력적인 동물로 유명한 미어캣도 20%가량이 동종 개체에게 죽임을 당한다.

책에는 인간이 다른 동물 종을 차별하거나 착취하는 행위에 반대하며 ‘동물을 존중한다’는 것과 관련해서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인류학자이자 승마 역사학자인 장 피에르 디가르는 “최악의 동물 학대는 동물을 동물이 아닌 것처럼 대하는 행동”이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학대받는 동물이 반려동물”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품에 안거나 코에 뽀뽀하는 등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자녀나 배우자를 대신하는 존재로 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동물의 본성을 무시하는 것이고 아주 부적절한 대우라는 것이다. 그는 인간과 동물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면 “동물을 있는 그대로 대해야 한다. 말을 소처럼, 소를 당나귀처럼, 개를 고양이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종을 보호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종마다 다른 차이와 현실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많은 학자들은 동물과 구별 짓는 ‘인간 고유의 것’을 찾아왔다. 언어, 지능, 의식, 도덕성, 추론 능력 등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동물 연구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수준’의 차이일 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70년대 인간의 특징으로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동물 측의 ‘반증’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등장해 많은 연구자들이 옹호하는 이론은 ‘상상하는 동물 이론’이다. “인간의 뛰어남이 돋보이는 모든 정신 활동을 연결하는 것이 ‘상상력’”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상상하는 힘은 우리 인간을 아주 독특한 동물로 만들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