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해진… “전 세계가 한 두 개 AI 쓰는 건 슬픈 일”

입력 2025-03-27 00:24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26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창업자는 이날 주총에서 네이버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네이버 제공

7년 만에 이사회에 복귀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인공지능(AI)으로 검색의 시대는 저무는 게 아니라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의 근간인 검색 사업을 바탕으로 AI 기술 주권을 위한 ‘소버린 AI’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창업자는 26일 경기도 성남 네이버 제1사옥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주주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전 세계가 한두 개의 AI만 쓰는 건 굉장히 슬픈 일”이라며 “다양한 검색과 서비스로 인터넷의 다양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로 검색 시장이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다면서 “저희도 (AI 시장에서) 필요한 위치를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치열한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네이버가 느끼는 절박함도 내비쳤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는 구글 등 빅테크에 맞서서 25년 동안 견뎌오고 살아왔던 회사”라며 “늘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검색·숏폼(짧은 영상)·AI 등 네이버만의 기술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창업자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데 이어 이사회 의장으로도 복귀했다. 1세대 벤처 창업자로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를 개척한 그가 AI로 인한 산업 격변기에 또 다시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이다. 이 창업자는 주총에서 “젊은 경영진이 과감하게 시도하고 자신 있게 도전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모든 네이버 서비스를 AI 기반으로 바꿔내는 ‘온 서비스 AI’가 가장 중요하다”며 “글로벌 진출 서비스에서 라인과 웹툰을 잇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AI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이어 27일 AI와 검색을 결합한 서비스 ‘AI 브리핑’을 출시한다. 이르면 연내 에이전트(비서) AI 형태의 신규 서비스도 공개할 방침이다.

주총에서는 네이버의 지지부진한 주가와 AI 경쟁력에 대한 주주들의 송곳 질문도 나왔다. 주주들은 “네이버가 AI 시대에 시장이 호응할 만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면 주주들을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뼈 아픈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중장기 성장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빅테크와의 협력 상황을 묻는 말에는 “동남아 시장에 소버린 AI를 수출할 때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는 등의 협업 방안을 최근 발표한 바 있다”며 추가 협업을 논의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언급을 아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