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상한선 상향, 임대차 2법 보완 필요”

입력 2025-03-27 00:15
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개편을 모색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현재 5%인 전·월세 상한선을 물가·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국토연구원은 ‘임대차 특별지역’을 지정해 지방자치단체별 자율 적용으로 바꾸는 안도 제시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6일 국토연 세종 본사에서 열린 ‘임대차 2법의 영향분석 및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 “임차인들이 더 길게 거주하고, 더 저렴하게 살도록 도입된 임대차 2법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은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 임대차 2법 시행 초기 반년간 이 제도의 전세가격 상승 기여도는 20%였다. 박 부연구위원은 “저금리로 전세금 지불 여력이 뒷받침될 경우 이같은 상황이 다시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임대차 2법을 보완할 방법으로 전·월세 상한선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행 5%에서 최대 10%까지 올리면 임대인이 4년간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계약갱신청구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래 임대가격 상승분이 계약 가격에 모두 선반영돼 집값 상승 시기에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 비율이 되레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임대료가 20%에서 30%로 10% 포인트 상승할 때 계약갱신청구권 사용확률은 3.7% 포인트 떨어졌다.

송 박사는 전·월세 상한을 정하는 데 시장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시장 임대료 상승분이 50%라면 전·월세 상한은 25%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임대차 특별지역(가칭·지역지정제도)’을 도입해 지자체별 맞춤형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부연구위원은 “지역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임차인 권익을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지역에 한해 맞춤형 제도 운영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 개정에 대한 신중론도 제기됐다. 토론회 패널로 나선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임대차보호법은 초기 시장에 혼란을 줬지만 지난해 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만큼 장기적 효과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도입 5년을 맞은 임대차 2법의 공과를 점검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국토교통부와 국토연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박정혁 국토부 주택임대차기획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적의 제도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