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아웃? K-조선사 장기 성장성 높아… 3년치 일감 쌓아놨다

입력 2025-03-27 00:16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HD현대중공업 제공

호황에 올라탄 한국 대형 조선사 5곳(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조선·HD현대삼호·삼성중공업·한화오션)이 지난해 재무 건전성 및 인력 부족 문제를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3년 치 일감을 확보한 이들 5개 사가 최근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걸림돌’ 제거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 불황기를 거치며 악화했던 국내 조선 5사의 재무 상태는 호전 흐름이다. 26일 각 사 공시를 종합하면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기업의 총 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차감한 금액)은 직전 분기 대비 1조7000억원 줄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3곳은 순차입금이 약 1조6000억원, 삼성중공업은 8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2023년 말 대비 순차입금이 2조3000억원 감소하면서 보유 현금이 꾼 돈보다 많은(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의 차입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말 대비 조선 5사의 지난해 차입금 규모는 증가했다. 최적 생산 체계 구축을 위해 올해 1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앞둔 한화오션이 지난해 투자비 확충에 나선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차입금 증가는 최근 업황 호조로 부족해진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등 성장을 도모하는 차원”이라며 “과거 불황기에 쌓였던 부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3년 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조선사 5곳의 수주 잔액은 약 147조원으로 2023년 123조5480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수주한 일감을 소화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는 인력 부족 문제도 완화 추세다. 국내 대형 5사의 지난해 직접 고용 인력을 모두 합치면 3만9419명이다. 2023년 말 대비 9% 증가했고, 지난 2년간 16% 늘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조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총 20만3000명, 2017년 9만7000명, 2023년 11만3000명으로 줄었던 전체 조선 인력 규모는 지난해 12만5000명으로 반등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주 잔고 증가와 재무 상태 개선은 조선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저가 수주에 나설 유인이 제한적임을 시사한다”며 “인력의 증가와 신규 고용 인력의 생산성 개선으로 향후 건조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선협회 관계자도 “조선업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2030년까지는 과거 10년을 웃도는 발주량을 바탕으로 조선사들이 높은 성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