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산불 발생 지역 주민들과 진화 작업에 투입된 진화대원들에 이어 진화헬기 조종사도 숨졌다. 유례없는 산불로 소중한 목숨들이 스러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지리산국립공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산불 위험지대에 들어갔다. 산불이 강풍을 타고 퍼져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으니 우려스럽다. 정치권은 당장 정쟁을 멈추고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6일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헬기 1대가 추락해 헬기를 몰던 기장이 숨졌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경북 안동·청송·영양·영덕, 경남 산청 등에서 20명을 넘었다.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으로 갑작스럽게 대피를 시도하다가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참변을 당했다. 산불 발생 지역은 정전에 통신마저 두절된데다 희뿌연 연기로 뒤덮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동과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어 피해가 컸다. 앞서 산청에서는 진화대원 등 4명이 변을 당했다. 진화 작업 중 여러 명이 사망한 것은 1996년 4월 경기도 동두천 산불 이후 29년 만이다. 산불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막아야 한다.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격화될 대로 격화된 여야 갈등을 멈춰야 한다. 서로를 비방하는 정쟁을 중단하고 일단 재난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한다. 사람 목숨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재민 피해 복구 지원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민생에 집중할 시간이다. 산불이 장기화되면서 고령의 이재민들은 지병이 악화되고 심리적 트라우마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는 행정적 지원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국가적 재난 앞에 여야가 따로 없다고 한 만큼 산불을 수습하고 피해를 지원하는 일에 집중하길 바란다. 진화 작업을 마무리 한 후에는 산불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짚어 개선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