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장단면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목에 있는 도라산 전망대는 군사분계선 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남한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최근 방문한 전망대 내부 곳곳엔 ‘군사시설 촬영금지’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선 북측 방향으로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다.
전망대 앞에 서자 북한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과 개성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은 건 마을 한가운데 높이 세워진 인공기였다. 구름이 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인공기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북한 군사분계선 기준 직선거리로 2㎞,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짧은 거리 반대편엔 남한과는 정반대의 현실이 펼쳐져 있다. 개성까지는 3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오가는 것은 물론, 사진 한 장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문득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리모(26)씨와 백모(21)씨가 떠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됐다가 생포된 북한 정찰총국에 소속된 이들이다.
지난 4일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서 면담한 북한군 포로 두 명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포로 리씨는 유 의원에게 귀순 의사를 밝히고 “앞으로 우리 부모님과 만나기 위해 꼭 가고 싶어요. 한국에 가면 내가 수술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중 턱에 총상을 입었다.
또 다른 포로 백씨는 “결심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지만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귀순을 망설이는 이들의 말엔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불안,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아마도 귀순 후 북한에 남겨질 가족의 불확실한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한국교회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믿음의 선배들은 북한의 해방과 복음 통일을 위해 뜨겁게 눈물로 기도했다. 북한선교를 위해 물심양면 헌금을 아끼지 않았다. 북한에서 굶고 있는 동포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나누고자 했다. 지금의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주체사상을 내세운 3대 독재세습 아래 2600만 북녘 동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억압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나님의 존재는 물론 복음도 듣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구원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남한과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명이다.
분단 80주년을 맞는 지금, 통일의 꿈은 여전히 한반도의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그 꿈의 실현은 마치 도적이 밤중에 찾아오듯 예기치 못한 순간에 올 수 있다. 이러할 때일수록 한국교회는 북한에 있는 동포들과 억류된 선교사들, 그리고 복음을 통한 통일을 위해 더욱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통일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올지도 모른다. 기다리던 때가 도래했을 때 한국교회는 기도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지금도 북한 어딘가에 있을 지하교회와 수용소에서 목숨을 걸고 남한을 위해 기도하는 형제자매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기도를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의 기도가 쌓이면 하나님의 때에 통일의 문이 열릴 것이다.
80년 전부터 남한의 사명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북한 해방’ ‘복음 통일’이다. 라씨와 백씨가 새로운 땅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지구 어딘가에서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출 길에 오른 이들도 무사히 남한 땅을 밟을 수 있길 소망한다.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시를 알지 못하느니라.”(마 25:13)
머지않은 미래에 복음 통일이 이뤄지는 날 한국교회가 팔 벌려 이들을 환대할 수 있길, 북한 동포들이 해방되고 한반도가 하나 돼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하는 날이 오길 오늘도 기도한다.
파주=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