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이 행복하도록” 돌봄의 목회 30년

입력 2025-03-27 05:04
송하규 나라장로교회 목사와 지역아동센터 ‘스스로함께’ 아이들이 최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센터에서 손가락으로 브이 포즈를 하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나라장로교회 제공

“낮은 곳에서 더 낮은 자로서 빈곤 목회를 하겠습니다.”

28세에 그리스도를 영접한 뒤 30세에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의 외침은 간절했다. 함께 신학교를 졸업한 이들이 목회하기 좋은 목회지를 구할 때 이 신학생은 가난하고 소외된 동네를 찾았다. 최근 경기도 안산 나라장로교회에서 만난 송하규(64) 목사의 이야기다.

송 목사는 첫 목회지를 정한 30년 전부터 안산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가 섬기는 나라장로교회는 교인이 20명이 채 되지 않는데 교인 전부가 아동·청소년이다. 송 목사는 “교회에 출석하는 몇몇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밤이 되도록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부모가 늦게 오다 보니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길로 교회는 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시작했다. 하교한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 보충수업을 하고 피아노 기타 등의 악기나 방송댄스도 가르쳤다. 공부방 아이들을 데리고 예배드린 것이 교회의 시작이었고 현재 지역아동센터인 ‘스스로함께’까지 오게 됐다.

그는 공부방을 열기 3년 전 청소년 쉼터도 운영했다. 송 목사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우연히 가출 청소년이 올린 글을 봤고, 이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지 않도록 교회가 안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동·청소년을 위한 일이라면 21일간의 걷기 대장정도, 600여명의 청소년을 만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007년 송 목사는 3주간 가출 청소년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서울시청까지 530㎞에 달하는 국토순례를 시작했다. 이들이 붙잡고 움직인 표어는 ‘청소년의 가출 예방과 자립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였다.

그때부터 11년간 7·9데이(7월 9일)에 시청광장 앞에서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을 위해 걷고 또 걸었다. 2012년 그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3개월간 활동할 때는 전국 20개 지역에 있는 600여명의 가출 청소년을 만나 이들에게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사하며 청소년 자립 지원을 주장했다.

송 목사는 “제가 은퇴하면 이곳에 있는 40여명 아이들은 결국 흩어지게 된다”며 “아이들에게 ‘주와 함께하면 그곳이 하늘나라’라는 것을 계속 교육하고 있다. 하나님께 맡기며 살아온 30년 목회였기에 이들을 위해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안산=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