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아브람. 그는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땅과 후손의 복을 믿으며 살았습니다. 어느 날 아브람의 고향에 기근이 들이닥치자 그는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의 마음은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 찼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님께 받은 약속보다 당장의 생존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브람은 익숙한 땅을 떠나 생명의 위기를 피해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때 그의 발걸음은 겉으로는 인간의 한계와 실패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실패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 곧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은 아닐까요. 오늘 우리는 아브람의 그 선택을 통해 우리 삶의 실패가 어떻게 하나님의 신실하심 속에서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지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창세기 12장은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리라”라는 약속을 주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러나 12장 10절에 이르러 “그 땅에 기근이 들었으므로 아브람이 애굽에 거류하려고 그리로 내려갔으니”라는 기록이 등장합니다. 이 구절은 약속의 기쁨과 동시에 현실의 고난, 두려움 속에서 인간이 내딛는 불완전한 선택을 보여줍니다.
아브람은 하나님의 명령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고 자신의 힘과 두려움에 굴복해 안전한 곳을 찾으려 했습니다. 실패로 읽힐 수 있지만 하나님은 그러한 아브람의 한계를 통해 자신의 인애(헤세드)와 신실하심을 드러내기 시작하십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연약함을 버리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의 약속을 성취하실 새로운 방법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실패와 실수를 만나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분명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패를 자신의 위대한 계획의 초석으로 사용하십니다. 예를 들어 아브람의 애굽 피신은 그의 부족한 믿음과 두려움의 결정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은 인애와 신실함으로 역사하셨습니다.
장 칼뱅은 “인간의 실패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광을 더욱 드러내실 기회를 마련하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실수와 넘어짐이 결국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의 역사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로 이어지는 단초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실패가 헛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의 새로운 시작으로 전환되는 놀라운 은혜를 믿어야 합니다.
아브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첫째 우리의 연약함과 실패는 결코 하나님의 약속을 무효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실패 속에 숨은 하나님의 인애와 신실하심을 경험할 기회가 됩니다. 둘째 우리가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을 극복하지 못할 때 하나님은 자신만의 놀라운 방식으로 일하시며 우리를 새롭게 부르십니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그 속에서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신뢰하며 다시 한번 주님의 길을 따르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우리가 실수하고 넘어질 때마다 ‘나의 실패는 하나님의 시작’이라는 진리를 기억하며 하나님께서 우리를 회복시키시고 다시 일으키실 것을 믿는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길 소망합니다.
정우준 목사(소망을노래하는교회)
◇정우준 목사는 한국외국어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2021년 1월 ‘20·30대 청년들을 위한 교회’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경기도 수원 소망을노래하는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교회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 여정을 중요시하며 멘토링 목회, 상담과 심방을 통한 인격적 만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상함과 깨어짐이 많은 세상에서 복음이 주는 위로와 소망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