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아테네에 있는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이자 현재 아테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수노회 여천북시찰회 소속 30명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그리스선교&성지연구소(이사장 송병학 목사) 주최로 열린 성지순례는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를 주제로 진행됐다.
‘가장 높은 도시’라는 뜻을 가진 아크로폴리스는 해발 156m에 있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가기 전 5000명을 수용했던 아티쿠스 음악당이 웅장한 규모로 방문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음악당에서 조금만 걸으면 승리의 여신 니케를 기린 ‘니케 신전’이 나온다.
이후 신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정문 ‘프로필라이아’를 통과한 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보이자 순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 여신을 위한 곳으로 완벽한 비율의 표본으로 꼽히는 명소다. 파르테논 신전 맞은편에 있는 엘렉테이온 신전은 아테네 포세이돈 이렉테우스를 기리는 세 개의 성소가 붙어있는 특이한 구조로 지어졌다.
‘신들의 신전’서 당당히 복음 전파
아크로폴리스 내에 있는 신전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리스인들에게는 지혜와 용기를 갖춘 전쟁의 여신의 힘이 필요했고, 바다를 안전히 누비기 위해서는 포세이돈의 가호가 절실했을 것이다.
이곳을 바라본 사도 바울이 분통함을 느끼며 설교한 장소가 바로 ‘아레오파고스’이다. 개역개정성경에 ‘아레오바고’로 명명된 이곳은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있다. 사도행전 17장의 배경 장소다.
연구소 연구원 김태연 목사는 “바울이 자신의 학문을 총동원해 설교하지만(행 17:22~32) 그 설교는 결국 실패한다”며 “지식만으로 전도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바울은 결국 복음이 하나님의 영역임을 깨닫고 이후 모든 것을 분토처럼 버린다는 고백을 한다”고 말했다.
이후 순례팀이 방문한 곳은 아테네에서 남서쪽으로 78㎞ 떨어진 고린도 지역. 바울은 그리스에 머무르는 동안 고린도에서 가장 긴 시간인 1년6개월을 보냈다. 고린도 박물관에는 고대 고린도의 유적뿐 아니라 유대인 회당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비석과 메노라(7개 촛대)를 확인할 수 있다.
순례팀은 고린도 박물관에서 50m 떨어진 ‘비마’에 잠시 머물렀다. 바울이 집권자들로부터 재판받은 장소다. 순례팀은 현재를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바울처럼 복음 때문에 핍박받을 각오가 돼 있을까 돌아보며 간절히 기도했다.
미지의 땅 나서기 전 머리 깎으며 서원
순례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고린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10㎞ 떨어진 샤론만에 위치한 겐그레아였다. 겐그레아는 고린도와 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항로가 있어 이곳에서 아테네나 에베소로 가는 배를 이용할 수 있었다. 바울은 고린도에서 사역을 마친 뒤 겐그레아에서 나실인의 서원을 이루기 위해 머리를 깎았다.(행 18:18)
김 목사는 “바울은 죽음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땅으로 나아가기 전 두려움이 엄습했지만 ‘그럼에도 걷겠다’는 심정으로 머리를 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순례객들은 바울의 서신서가 나온 현장을 볼 수 있음에 감격하면서 당시 바울의 신앙을 되새길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여천북시찰 회장 라양오 주향교회 목사는 “겐그레아에서 결연하게 서원한 바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라며 “복음 전파자가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다시금 배우게 된다”고 밝혔다. 이금 세포교회 사모는 “성경을 다시 읽는다면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시각에서 볼 것 같다”고 전했다.
초대교회 신앙과 선교 열정 불붙도록
그리스에는 튀르키예보다 5배 많은 기독교 성지가 있으며 초대교회 이후의 기독교 유적이 대부분 잘 보존돼 있다. 2020년 본격적으로 사역을 재개한 그리스선교&성지연구소는 초대교회 사도들을 비롯해 초대교회 중심인물들의 삶과 믿음, 사역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며 성지순례를 하는 목회자들의 목회를 돕고 있다. 김 목사는 “연구소는 그리스 성지를 찾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초대교회의 신앙과 선교의 열정을 다시금 불붙게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테네·고린도(그리스)=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