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봄철 산불

입력 2025-03-27 00:40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455건이다. 이에 따른 피해 면적은 4만32㏊에 이른다. 산림청이 계절별 산불 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발생 건수 546건 중 봄철(3∼5월)이 303건(56%)으로 가장 많았다. 2000년 4월 강원 고성·강릉·동해·삼척에서 난 대형 산불은 2만3794㏊를 태우는 등 동해안 전역을 휩쓸었다. 피해 면적으로 보면 역대 최대다. 2022년 3월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강릉, 동해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2만523㏊가 탔다. 역대 두 번째 피해 규모다. 경남 산청,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의 피해 면적은 26일 현재 1만7000여㏊로 늘어났다. 역대 세 번째지만 계속 확산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두 봄철에 일어난 대형 산불이다. 산불 원인은 입산자 실화 171건(31%), 쓰레기 소각 68건(13%) 순이다. 산청 산불은 인근 농장에서 잡초 제거를 위해 예초기를 사용하던 중 불씨가 튀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수로 시작됐다. 작은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번 산불이 또 한 번 여실히 입증한다.

봄에 대형 산불이 자주 나는 이유는 건조한 날씨 속에 강한 바람이 원인으로 꼽힌다. 강원 지역의 경우 ‘양간지풍’이라고 부르는 최대 초속 20∼30m의 국지적 강풍이 불면서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곤 한다. 전국적으로도 봄에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한다. 봄철 강풍은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도 유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기 순환에 영향을 주며, 건조하고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고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산림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산불위험지수’가 8.6%, 2도 오르면 13.5% 각각 증가한다.

국내 최장기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은 종국에는 비가 내리면서 꺼졌다. 이번에도 단비가 쏟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