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나님의 일터] “우리 제품 통해 아이들 도전, 성취했다는 후기에 큰 보람”

입력 2025-03-29 05:05
최종식 KJC커뮤니케이션스 대표가 최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회사의 대표 상품인 유아용품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1000원짜리 캔커피 하나도 맘 놓고 사 먹지 못했던 가난한 일본 유학생은 현재 연 매출 750억원의 한국계 일본 기업을 이끌고 있다. 한·중·일을 연결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아 지은 사명을 두고 누군가는 비웃을 때 그 꿈을 이뤄낸 최종식(54) KJC커뮤니케이션스(이하 KJC) 대표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 사랑을 담은 유아 제품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100년을 이어가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에디슨 젓가락·보급형 체온계’ 日 성공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KJC는 유명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유아용품 브랜드 ‘에디슨마마’로 더 알려져 있다. 대표 제품은 ‘에디슨 젓가락’으로 불리는 교정용 젓가락. 이 제품은 한국 기업인 아이엔피(박병운 대표)가 2002년 처음 개발한 것으로, 그 가치를 알아본 최 대표는 이듬해 이 제품의 일본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KJC가 설립된 해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00~3000원짜리가 대부분인 젓가락 시장에서 1만원이 훌쩍 넘는 고가 전략으로 일본에서 5년 동안 100만개를 팔았다. 이를 발판으로 KJC는 400여개 유아용품을 제작해 대만 홍콩 캄보디아 등 13개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직원만 140명에 달한다.

최 대표는 인구 감소세에 ‘유아용품 시장은 끝났다’라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대규모 시설 유지가 어려워져 시장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었지만, KJC는 축소된 시장 규모에 맞게 시설을 구축해 유아 식품 영역에 도전했다. 유아용 간식과 이유식 재료 등의 매출이 현재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최 대표는 “하나님께서 시기에 맞게 상황을 만들어 주시고 사람도 보내주셨다”고 했다.

KJC의 최고 매출을 기록하게 한 체온계가 그랬다. ‘품질 좋은 보급형을 만들어보자’며 4년 동안 개발한 제품은 2022년 7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유행으로 이 제품은 불티나듯 팔렸다.

알바로 日 유학… 1엔 주식회사 ‘행운’

충남 보령에서 나고 자란 최 대표는 고교 시절 은사 덕분에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형제 중 한 명만 대학 진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당시 공업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일본에 가서 공부해보라’는 일본어 교사의 조언에 그는 군 제대 후인 1994년 24살 혈혈단신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새벽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돈을 모았고 낮엔 어학 공부를 했다. 요코하마 상과대학에 입학한 뒤 무역회사에도 들어갔다. 입사 7년 차엔 창업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1엔으로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개정된 법 덕분이었다.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 제품이 일본에 수입되더라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며 “품질 좋은 한국 제품으로 일본 시장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 재산인 300만엔(약 3000만원)을 털어 사무실 월세 1년 치를 내고 수입 물품을 샀다. 직원을 둘 수 없었던 그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판매업자가 이익을 더 가져가는 전략을 짰고,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이후 유아용품을 직접 제작하면서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최 대표는 “한 건의 소비자 클레임이 있다면 그 뒤엔 보이지 않는 100명이 있다고 여겼다”며 “검품 기준 등을 까다롭고 완벽하게 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루 안에 공유하고, 일주일 안에 원인을 파악하고, 한 달 안에 반드시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연결… 기업에 담긴 포부

한국(Korea) 일본(Japan) 중국(China)의 첫 자를 딴 사명 KJC엔 무역을 통해 세 나라를 연결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겼다. 최 대표는 “많은 사람이 제 꿈이 너무 크다고 말했지만 믿음을 가지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휴비딕 등 29곳 한국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열었고, 한국인 유학생의 취업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보령시와 이바라키현 사카이마치를 연결해 양국 지역 교류의 중간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한 제품은 한국과 중국에서 제작해 세계로 수출된다.

KJC는 2020년 전북의 외국인 유학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유학 시절 일본 정부 장학금을 받은 적 있던 최 대표는 “따스한 배려에 감동했다. 그 학생들도 한국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요즘 KJC가 100년을 넘는 기업으로 남는 것을 기도한다. “우리 제품을 통해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는 부모님들 후기를 전해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 브랜드는 남겠지요. ‘메이드 인 코리아’인 우리 제품이 더 많은 국가에서 인정받으며, 그 제품을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하길 소망합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