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심각’ 발령

입력 2025-03-25 23:58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크게 번지면서 국가유산과 문화재들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25일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전국의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발령했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발령된 것은 처음이다. 경보 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국가유산청은 “의성, 안동 등의 대형 산불과 전국에서 발생하는 동시다발적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화재 피해 우려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미 의성 최치원문학관과 그 인근 천년고찰인 고운사는 이날 전소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과 병산서원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불길이 확산하고 있는 풍천면은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모두 위치한 곳이다.

하회마을에는 이날 대피령이 내려져 주민들도 바짝 긴장했다. 하회마을은 서애 류성룡(1542∼1607)으로 잘 알려진 풍산 류씨가 모여 사는 씨족마을이다.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불과하다. 이곳은 류성룡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류성룡이 1572년 풍산 류씨 교육기관인 풍악서당을 서원 자리로 옮겼고, 1614년 서당 뒤편에 류성룡을 모신 사당인 존덕사가 세워지면서 서원이 됐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도 철폐되지 않은 전국 47개 서원 중 하나다. 특히 서원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병산이 서 있어 풍광이 빼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측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날 하회마을 현장에서 대비했다. 안동시와 안동하회마을보존회 측은 초가지붕이 많은 마을의 특성을 고려해 곳곳에 물을 뿌려두기도 했다.

안동시립박물관에 보관 중인 국보 하회탈과 병산탈이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립박물관이 안동댐 인근 야산 아래에 있어 산불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하회탈 11점과 병산탈 2점 등 13점이 하회마을이 아닌 시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